3·1절 기념사 ‘논란’

도심 곳곳선 ‘사과 빠진 강제동원 해법’ 규탄

김세훈 기자

위안부·징용 피해자들 “일본 사죄와 배상 반드시 필요”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와도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를 받기 전까지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옳고 그른 것을 분명하게 따져야 합니다.”

삼일절 104주년을 맞은 1일,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목소리가 서울광장에 울려 퍼졌다. 양 할머니는 “나라가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정부의 대일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오후 2시 서울광장에서 ‘104주년 3·1 범국민대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했다. 평화행동 측은 “일본은 식민지 불법 강점과 민간인 성노예제 등을 사과하기는커녕 역사왜곡을 일삼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전범국가와 전범기업의 공식 사과 없이 한국 기업 돈으로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걸 강제동원 해법이라며 피해 생존자의 용기를 외교적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도 무시한 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안을 기습 발표했다”며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안을 졸속 강행한다면 주권자인 국민이 전국에서 떨쳐나설 것”이라고 했다. 집회에 참가한 왕혜옥씨(55)는 “일본이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일본과 협력만 강조하는 정부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85차 수요시위에서도 한국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집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했다. 이 할머니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했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을 믿었다. 그런데 아직 피해 회복 등 7개 과제 중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대통령은 약속을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제강점기의) 폭력과 억압 속에서도 가해자의 책임을 추궁하던 여성들이 있었다”면서 “현 정부는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사죄와 배상이 빠진 안을 강제동원 해법이라고 내밀며 일본의 ‘성의’와 ‘호응’을 구걸하고 있다.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자세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