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기념사 ‘논란’

“협력”만 4번, 대일 메시지에 집중한 5분…박근혜의 반토막 분량, 이례적으로 짧아

유정인·유설희 기자

전임 기념사와 비교해보니

[3·1절 기념사 ‘논란’]“협력”만 4번, 대일 메시지에 집중한 5분…박근혜의 반토막 분량, 이례적으로 짧아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3·1절 기념사 핵심 키워드는 ‘자유’ ‘미래’ ‘협력’이었다. 앞선 두 대통령의 기념사와 분량과 구성 면에서 차이가 컸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는 크게 세 덩이로 구성됐다. 독립운동의 의미와 현재의 위기를 돌아보는 부분과 한·일관계 개선, ‘자유·평화·번영의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단락 등이다. 새롭게 부각하려는 어젠다는 없었다. 한·일관계는 전제 조건 없이 관계개선 의지를 보이는 수준에서 간략히 언급됐고,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은 사실상 빠졌다.

1300여자 분량의 기념사에서 ‘자유’는 8번 언급됐다. ‘자유’는 윤 대통령의 다른 연설에서도 가장 많이 등장한다.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자유’를 총 35회로 가장 많이 썼다. ‘협력’은 일본에 대한 메시지에서 집중적으로 언급됐다.

‘과거’(4회)보다 ‘미래’(5회)가 더 많이 언급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반성’ ‘책임’ 등 역대 대통령이 일본 과거사와 관련해 썼던 키워드는 등장하지 않았다. ‘평화’는 “기미독립선언의 정신을 계승해서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마지막 대목에 한 번 쓰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첫 기념사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두고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는 “가해자인 일본 정부가 ‘끝났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호명했지만 “진실한 반성과 화해 위에서”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일관계가 경색된 이후 네 번의 기념사에서는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에 방점을 찍었다. 이때도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서 겸허해야”(2022년) 등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2013년 첫 기념사에선 일본을 향해 미래 동반자로 함께 가야 한다면서도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데 집중했다. 박씨는 당시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1000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다”면서 이를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뒀다.

박씨는 이후 3차례의 기념사 연설에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매번 언급하며 강조했다. 한·일 합의를 하기 전에는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이후에는 합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언급됐다.

윤 대통령 기념사는 1300여자로 이례적으로 짧았다. 문 전 대통령의 2018년 첫 기념사는 4000자가 넘었고, 5년 평균 5000여자 분량이었다. 박씨의 2013년 첫 연설은 2700여자였다. 4번의 기념사 평균도 이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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