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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강경진압 땐 무력 충돌” 경찰 용역 보고서도 경고했다

전지현 기자

집회 관리 10년 이상 경찰 등 인터뷰

“정치적 결정 등이 군중심리 자극”

“노조 집회가 협상에 용이” 분석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6일 진행한 1박2일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6일 진행한 1박2일 집회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여당과 경찰이 집회·시위 엄정 대응 방침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지난해 경찰청이 의뢰한 연구용역보고서에는 ‘정치적 결정 등 외부 요인이 군중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정치적 결정에 따른 강력한 진압·통제가 오히려 무력 충돌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동국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경찰청 의뢰를 받아 연구용역을 진행한 뒤 지난해 10월 ‘집회·시위 등 공공갈등 현장에서의 군중심리 및 변화 기제’ 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는 한국의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특성 및 격화 요인을 토대로 현장 갈등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집회·시위 관리 경험이 10년 이상인 전·현직 정보 경찰과 경찰교육기관 교수, 시위 주최자 등을 심층 인터뷰했다. 경찰은 이 보고서를 정보·경비 등 관련 기능에 공유하고 시위 현장 근무자의 교육자료로 활용했다.

연구진이 “현장에서 군중심리가 변화·격화하는 것을 경험한 것이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였는지” 묻자 응답자들은 경찰과 무관한 ‘외부 요인’을 가장 큰 변수로 들었다. 응답자들은 “정치적 결정 등 이벤트, 외부 위협, 사건사고, 반대 집회 등 자극행위”를 시위 참가자들의 심리를 자극·급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정치적 결정 등 외부 요인이 집회·시위 주최 측을 자극하고, 이들의 격한 반응이 다시 군중심리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끼인 존재’인 경찰의 위치도 문제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정치적 상황에서 경찰은 의회나 중앙정부의 요구대로 물리력 기반을 둬 집회·시위를 강력히 진압·통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경찰은 집회시위 참여자들과 무력 충돌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경찰은 정당성 상실, 부상, 자산 피해 등 배수로(Ditch)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경찰이 집회·시위의 근본 원인을 제공하거나 군중을 자극하지 않더라도 최일선에서 격앙된 시민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교육기관의 한 교수는 “집회의 상대는 경찰이 아니라, 정책 부서다. 싸움의 상대가 경찰이 아닌데, 지금껏 경찰이 너무 ‘막아야 한다’는 것만 전제로 (통제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집회 주최자인 다른 응답자는 “일반적으로 주최 측은 사람들을 자제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딱 한 가지 경우, (경찰이) 과민대응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정부나 경찰이) 폭력적으로 나오면, 그 때부터는 비이성적으로 바뀐다”고 했다. 보고서는 경찰이 중간자로서 어려운 위치에 있다면서 “과도하게 진압·관리하면 ‘과잉 진압’이라 비판받고, 개입을 지연하면 ‘의무 해태’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고 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조 탄압 중단·강압수사 책임자 처벌·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총파업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조 탄압 중단·강압수사 책임자 처벌·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총파업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인터뷰에 참여한 경찰들은 “최근의 시위들은 과거의 ‘폭도’ 이론과는 다른 양상”이라거나 “집행부의 지시를 따라 이성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단 우리가 막는 개념이기 때문에 경찰과 시위대의 세력이 접촉하는 그 접촉점에서만 갈등이 발생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노동조합 등 조직을 갖춘 집회가 경찰과의 협상에 용이하며, 신고(접수)단계부터 사전 대화·협의·조정이 잘 이뤄질 경우 집회·시위 자유권 보장뿐만 아니라 경찰의 안정적 집회 관리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경찰과 시위 관계자들 사이의 ‘소통’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대규모 집회·시위의 경우에는 특정 유형과 관계없이, 주최자와 대화경찰의 사전 대화·협의·조정 노력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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