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잃어버린 집, 타버린 마음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4명 중 1명, 극심한 우울과 자살 충동

김송이 기자    전지현 기자

(上) 벼랑 끝에 선 전세사기 피해자들

인천 미추홀구에서 30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난 2월. 추모제에 모인 피해자들은 “그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피해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후 지난 4월 두 명의 피해자 더 숨졌고, 지난달 25일 또 다른 피해자가 세상을 등졌다. 국회 앞에 모인 피해자들이 “시급한 구제가 없다면 재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지 불과 2주 만이었다.

경향신문은 4명이 연이어 숨진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자 총 393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정신건강 설문지는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0년 정신건강 검진도구 및 사용에 대한 표준지침’과 벡(Beck) 자살생각척도를 참고했다. 설문에는 지난 2주간 느낀 우울 정도를 측정하는 질문 9개와 자살 생각을 측정하는 질문 19개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 피해자 대다수는 극심한 우울과 자살 충동을 겪고 있었다. 피해자 4명 중 1명이 극심한 우울을 느끼는 동시에 자살 생각을 ‘매우 많이’ 하는 편에 속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들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꽃을 들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응답자 10명 중 4명꼴로 우울과 자살 충동을 가장 위험한 수준으로 겪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44.3%(174명)는 심리결과 구간이 ‘15점 이상’으로 나왔다. 15점 이상은 ‘자살 생각을 매우 많이 하는’ 구간으로 조속한 전문가 상담·치료가 권고된다.

전체 응답자 중 35.9%(141명)는 우울 점수가 27점 만점에 20점 이상인 고위험군이었다. 해당 구간은 ‘심한 수준의 우울감이 시사돼 전문가의 치료적 개입과 평가가 요구’되는 구간이다.

우울과 자살 생각 양쪽에서 고위험군에 속한 응답자는 4명 중 1명꼴이었다. 우울 지표 20점 이상, 자살 지표 15점 이상에 모두 해당하는 응답자는 102명으로 전체 26.0%에 달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4명 중 1명은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뜻이다.

자살 점수 12~14점(자살 생각을 상당히 많이 함)에 해당하는 이는 33명, 9~11점(자살 생각을 많이 함)은 34명으로, 전체의 17.1%였다. 이들과 심각한 수준의 자살 위험군(15점 이상, 44.3%)을 합치면 전세사기 피해자 10명 중 6명(61.3%)이 자살 위험군인 셈이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거나 자해할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다. 이런 생각을 16.2%(64명)는 거의 매일, 15.0%(59명)는 7일 이상, 26.4%(104명)는 2~3일 이상 했다고 답했다.

설문에 응한 393명은 모두 전세사기 피해 가구의 가구주이거나 가구원이다. 남성은 45.3%, 여성은 54.5%였고 1명은 성별을 밝히지 않았다. 연령대로는 30대가 44.1%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11.2%), 10대(14.8%), 60대 이상(4.3%) 순이었다.

[단독]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4명 중 1명, 극심한 우울과 자살 충동[잃어버린 집, 타버린 마음]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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