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동관 홍보수석 당시 MB 청와대-국정원 커넥션, 어떻게 작동했나

청 수석실, 파견 직원 통해 ‘깨알 지시’

국정원, ‘청와대 방향’대로 보고서 내

제목에 목차까지 결정해 요청하기도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 지시 급증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0년 춘추관에서 청와대조직개편안에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향DB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2010년 춘추관에서 청와대조직개편안에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향DB

MB 정부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재판기록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과 요청·회신을 주고받은 방식이 상세히 나와있다. 26일 경향신문이 2017~2018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불법사찰 공판·증거기록을 확인한 결과,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의 협업은 이동관 현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때도 상시적으로 이뤄졌다.

이 특보가 홍보수석이던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 산하 언론팀(여론팀)에서 근무했던 A 국장은 검찰 진술조서에서 “국정원 행정관을 통해 홍보수석실에서 필요한 각종 자료들, 예를 들면 방송사 근황, 방송통신위원회 근황, 국정홍보진행상황, 각 방송사별 특이사항이 요구된다”고 했다.

또 “홍보수석실은 매우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지만 그에 비해서 손발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청와대 요청자료나 정보를 어떠한 방법으로든 긁어모아서 올려주는데 그러한 자료들은 청와대 홍보수석실 운영에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요청 건이 들어왔다고 하면 다른 업무보다 최우선으로, 무조건”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불법사찰 등 혐의 공판기록에서 확인된 홍보수석실 요청 문건. 문재원 기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불법사찰 등 혐의 공판기록에서 확인된 홍보수석실 요청 문건. 문재원 기자

청와대 각 수석실의 자료 요구는 매우 세세하게 이뤄졌다. 국정원 B 정보분석관은 검찰 진술에서 “BH(청와대) 요청사항은 모두 청와대 각 수석실 등 요청 부서에서 제목·기한을 지정해 국정원에 요청한다”면서 “제목 뿐 아니라 중간 소제목, 목차까지 지정해서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국정원에서 제목을 변경하더라도 토씨 정도를 수정할 뿐 핵심 키워드는 변경하지 못한다”고 했다. 사실상 보고서 방향을 정해놓고 찍어내리기 때문에 요청된 방향에 맞춰서 문서를 생산하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요청은 국정원 실무 직원에게 ‘쪽지’ 형태로 전달됐다. 청와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장 정보비서관실로 요청사항을 전달하면 통상 국정원장-차장-실장-단장-처장-팀장-과장을 거쳐 실무자에게 요청 주체·제목·내용·기한 등이 담긴 쪽지가 전해졌다.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는 역순으로 국정원장까지 올라가 홍보수석실에 전달됐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 사회처장·안보상황실장 등을 지낸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은 2019년 4월25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쪽지가 내려오는 것 자체가 지시였다”고 증언했다.

[단독]이동관 홍보수석 당시 MB 청와대-국정원 커넥션, 어떻게 작동했나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원 간 협업이 이명박 정부 때 시작된 정황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이 특보가 홍보수석이던 시기에 국정원 국익정보국에서 근무한 C 팀장은 ‘이전까지는 국익정보국 산하 언론처(신문처·방송처)가 각종 언론기관에 출입하며 북한과 접선하는 대공 용의자를 색출하는 일을 해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C 팀장은 “2009년 2월쯤 원 전 국정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언론처가) 변질됐다”고 했다.

국정원이 ‘안기부’일 때부터 근무한 한 국정원 직원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수석실발 요청이) 아주 빈번했고, 이 때문에 직원들이 무척 힘들었다”며 “이명박 정권 이전에는 청와대로부터 따로 연락이 오는 지시가 거의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2008년 5월 광우병 촛불 시위 이후에는 이런 지시가 빈번했다”고 진술했다. 홍보수석실의 요청이 빈번히, 세세히 이뤄졌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을 감안하면 이 특보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에 요청한 문건의 존재를 알았을 뿐 아니라 생산과정에도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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