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들 순찰 돌리는 건 80년대 구습…치안 강화 명분으로 경찰 기능 축소”

이유진·이홍근 기자

일선 경찰 조직개편 우려

경찰청이 ‘치안 현장 강화’를 명분으로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자 경찰 일각에선 ‘수사 부서 약화’가 현실화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순찰 인력을 강화해 범죄를 예방한다는 대책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8일 발표한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경찰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에서 중복 업무를 통합해 모두 28개과를 줄이기로 했다. 특히 수사심사담당관 제도를 폐지해 인력 532명을 줄이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과장 A경정은 19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상징 같은 수사심사관을 없애고 이들을 현장 인력으로 돌린다는 건 아무래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수사 업무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했다.

경찰서 정보과·외사계 통폐합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집회·시위가 많은 62개 경찰서를 제외한 197개 경찰서 정보과가 폐지되고, 외사 역시 안보수사·정보 기능으로 이관된다. 한 정보관은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경찰 기능을 약화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일선 경찰서 강력팀 600명, 시·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인력 700여명을 합쳐 만드는 ‘형사기동대’를 두고도 수사력 약화 우려가 나왔다. 일선서 강력계 팀장인 B경감은 “형사들 순찰 돌리면서 인지수사를 시키는 건 1980년대나 하던 일”이라며 “가뜩이나 업무량이 많은데 인력을 더 주지는 못하고 밖으로 빼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지역 경찰관들은 인력 부족·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지구대·파출소 인력 충원이 개편안에 담기지 않은 데 불만을 제기했다.

경찰청이 내근직 감축으로 확보한 인력 2600여명을 전국 지구대·파출소에 배치하더라도 팀당 0.4명이 느는 데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치안은 범죄 예방과 범죄 수사 두 바퀴로 굴러가는데, 이번 개편으로 범죄 예방에만 경찰력이 집중되는 듯하다”며 “경찰청이 20일 만에 속전속결로 재편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간관리자인 과장·계장급 인력으로 순찰을 돌리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해결책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순경·경장·경사 인력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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