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이유로 입사 무기한 연기”…대형병원 예비 간호사들까지 피해 확산

강은·배시은 기자

전공의 이탈로 환자 수 줄며

병원 수익 하루 10억원 감소

“애초에 병원에서 입사 시점을 3월로 당겨달라고 한 거였어요. 그래서 위약금만 150만원을 물고 예약한 여행을 취소하고, 아르바이트도 그만뒀는데…. 지난달에는 급하게 집까지 계약했고요. 자취방에 살지도 않는데 월세만 나가게 생겼네요.”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 병원 중 한 곳에 합격한 예비 간호사 A씨는 20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입사일이 이달 초로 정해져 있었지만 최근 병원에서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탓이었다. A씨는 “처음엔 입사 희망 시점을 5월로 제출했다가 병원에서 3월 입사가 아니면 11월까지 밀릴 수 있다고 해서 급하게 일정을 조정했다”며 “이제 와 연기를 통보하니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없고 경제적인 게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지면서 신규 간호사들의 입사 일정도 줄줄이 밀리고 있다. 당초 ‘2~3주 연기’로 공지됐던 입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로 바뀌면서 지방에 거주하다 서울로 이주한 예비 간호사들은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병원이 현직 간호사를 상대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데 이어 신규 간호사의 입사 일정도 미루면서 “전공의 집단행동의 피해를 애꿎은 간호사들만 떠안고 있다”는 비판도 커진다. 이날 경향신문이 확인한 예비 간호사들의 단체대화방에는 “입사 일찍 할까 봐 일정도 다 바꿨는데 괜히 그랬나” “(언제 입사하는지 알 수 없으니) 아르바이트를 잡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자취방을 이미 계약해서 월세는 꼬박꼬박 나갈 텐데 막막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신규 간호사들의 입사 일정이 미뤄진 건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이후 입원·수술 환자가 줄어 대형병원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요 대학병원의 경우 지난해보다 하루 10억원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병원은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1000억원까지 2배 늘렸다. 이에 상당수 병원이 간호사 등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안내하는 등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현직 간호사에게도 무급휴직 신청을 받는 상황이라 신규 간호사를 배치할 여력은 더욱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경민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지부장도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들이겠지만,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직원들도 고충이 많은 상황”이라며 “급여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도 곧 도래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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