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인 비판 게시물 차단 최소화” 인권위 권고 수용 거부

전지현 기자    이예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방송통신위원회.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정치인 등 공적 인물과 공적 관심사를 대상으로 한 비판적 의견을 포털 사이트 임시조치(블라인드 처리)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을 다룬 게재물의 임시조치 기준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방통위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26일 밝혔다. 다만 방통위는 정보게재자 이의제기권 신설 등 인권위가 권고한 일부 내용은 수용했다.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는 피해 당사자가 명예훼손·사생활 침해성 게시물에 삭제 등을 요청할 때 포털사이트가 게시물을 30일 이내로 임시로 차단할 수 있게 하는 조치다.

문제는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한 비판도 차단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2022년 12월 방통위에 공공 사안 및 공인에 대한 비판 게시물은 임시조치에서 제외하는 등 기준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실제 임시조치가 이루어지는 사례를 살펴보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 공직자들에 대한 단순한 의견표명 등에 대해서도 무분별하게 임시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공적 인물·공공의 관심 사안이라는 개념이 불명확하고, 공적 인물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한 비판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적정한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난 1월 최종 답변했다. 인권위는 “공적 인물에게 무분별한 비판을 감내하라는 것이 아니라, 임시조치가 건전한 비판을 막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권위 권고 불수용은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역행”이라고 평가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포털 사이트들이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대부분 차단을 택해 공적 인물 관련 표현까지 과잉 차단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는 “부정적 평가나 의견 표명이 손쉽게 차단되면 비판 표현물들이 인터넷 공론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며 “정보 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 발언 짜깁기 영상이나 후보 시절 의혹 보도를 한 언론인에게 명예훼손 혐의가 씌워져왔다”며 “권력감시를 거세하려는 기조가 일관적”이라고 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공적 인물를 상징하는 대표 인물은 대통령이고, 대통령을 옹호·보위하려는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 권고와 달리 방통위는 임시조치 대상을 기존의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외에 ‘모욕’에 해당하는 경우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연초 업무계획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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