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또 퀴어축제 한다고 설쳐”…대구 갈등 재현되나

백경열 기자

경찰 태스크포스 구성해 사전 대응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6월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6월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구퀴어문화축제 준비가 시작되면서 행정기관과 경찰, 주최측 사이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갈등이 재현될 우려가 있어서다. 경찰은 선제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대구경찰청은 29일 오전 10시 대구퀴어문화축제 TF 회의를 열었다. 이날 공공안전부장 주관으로 처음 열린 TF 회의에서는 경비·치안정보·수사·교통·홍보 등의 관련 부서가 모두 모여 지난해 행사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구시 및 축제 관계자 만남 등 앞으로의 대응 일정을 논의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작년과 같은 갈등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집중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TF까지 구성해 퀴어문화축제 관련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해 행사 때 빚어졌던 행정당국과의 마찰 때문이다.

지난해 6월17일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는 경찰과 행정당국이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축제 주최 측이 행사장소에 무대 설치 차량을 진입시키려 하자 대구시와 중구 공무원들이 길을 막아섰지만, 경찰이 “적법한 집회”라며 차량이 진입하도록 길을 터주면서 주최측을 포함한 3자가 소송과 고발까지 가는 갈등을 벌이게 된 것이다.

대구시는 당시 경찰의 차량 진입 허용 과정에서 공무원 3명이 전치 3주 등의 부상을 입었다며 경찰에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경찰과 행사 주최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 페이스북 갈무리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 페이스북 갈무리

경찰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집회신고 후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라도 도로점거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 개최시 도로점용허가를 받게 하는 것은 집회의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질시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요지다.

행사 후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대구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행정당국의 공무집행이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대구시가 무대차량 행사장 진입을 막는 바람에 축제 지연 등 유·무형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구시는 당시 김수영 대구경찰청장과 조직위 관계자 7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축제 당일 김 청장 등이 특수공무집행 방해치상·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일반교통방해죄 등을 함께 저질렀다는 취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법·떼법시위 방지 차원에서 퀴어단체와 대구경찰청장이 공모해 교통을 방해하고 대구시 공무원들을 다치게 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올해 퀴어축제 시즌이 다가오자 홍 시장은 다시금 검찰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갈등 기류를 조성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SNS에 “또 다시 도심 집회 시위 제한 구역에서 퀴어축제를 하겠다고 설치는 시간이 다가왔는데 그 여파로 발생한 고소·고발 사건은 잠자고 있다”며 “법적 분쟁을 정리해줘야 올해부터는 논쟁이 없을터인데 검찰이 경찰 눈치보며 수사를 뭉개는 세상이 되었네요”라고 적었다.

실제 대구시 고발 사건은 아직 검찰에서 종결되지 않았다. 축제 주최측 일부 관계자는 아직 검찰로부터 조사 통보도 받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유재성 대구경찰청장은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폭력 집회가 아닌 이상 정상적으로 신고가 이뤄진 집회가 열리지 않도록 제한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퀴어축제가 ‘도로’에서 열릴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행정당국과 경찰 간의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경찰은 대구시 및 축제 관계자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현재까지는 지난해와 동일한 장소에서 비슷한 규모로 축제를 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대구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가 나오면 올해 축제의 구체적인 일정을 잡을 계획이며, 오는 6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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