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넘쳐나니 '고품질'은 농사짓지 말라는 정부 안녕하세요. 이번 주의 큐레이터 최미랑 기자입니다. 익숙한 것을 다시 보게 하는 기사를 한 주간 추천해 드릴게요. 독자님은 오늘 점심으로 어떤 메뉴를 고르셨나요? 평일의 끼니란 모두의 난제가 아닐까 합니다. 맛있으면서 영양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 큰 부담 안 주는 그런 식당을 찾는 게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저는 평소 식단에서 섬유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비빔밥'이 있는 몇 군데 식당을 찍어두고 단골로 다녔는데요. 공교롭게 최근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요즘 새로 여는 식당들은 메뉴가 대부분 면이나 튀김 아니면 고기 위주라서 무척 아쉬워요. 차지고 맛있는 밥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고요. 오늘은 우리의 '밥'과 긴밀히 연관된 기사를 골라왔습니다. 쌀값이 헐해지면 맛있는 밥을 싼 값에 먹어야 할 것만 같은데, 왜 밥상의 질도 떨어지기만 하는 느낌일까요. 기사를 함께 읽은 후 대화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주간경향 송윤경 기자가 쌀 품종에 대한 정부 정책이 불러온 논란을 취재했어요. 기사는 약 4분 분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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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밥맛이 좋기로 유명한 품종인 ‘신동진’ 벼를 퇴출한다는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 쌀이 남아도니 ‘적정 생산’을 위해 수확량이 많은 벼는 재배를 줄이고, 수확량이 적은 다른 품종으로 대체한다는 취지다. ☑️ 신동진의 품질은 시장에서 인정받아 쌀값 폭락 때도 다른 쌀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 경쟁력 있는 품종을 재배하지 말라고 하니 농민들은 반발한다. 현재 전북지역 벼 재배 면적 절반 이상이 신동진쌀을 생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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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 인정받은 고품질 벼를 생산성 좋다고 퇴출이라뇨” 2023. 05. 15. 송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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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경북 성주군 소성리마을 논에 무르익은 벼.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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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했던 봄비가 그치고 맑게 갠 지난 5월 9일, 전북의 호남평야는 푸르렀다. 지금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모내기 철. 드넓은 논 곳곳에서 이앙기(어린 모를 논에 옮겨심는 기계)가 돌아갔다. 이날 오전 전북 군산 임피면의 문홍인씨(67)는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반듯하게 도열된 모판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모판엔 며칠 전 심어놓은 볍씨에서 노란 싹이 돋아나 있었다. 그가 24년째 재배 중인 신동진벼였다. “수확량이 많다고 없앤다는데 제가 보기엔 미친 짓입니다.” 정부의 신동진벼 퇴출 방침에 대해 묻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신동진쌀은 알이 굵어 식감이 좋습니다. 밥맛은 한번 길들이면 바꾸기 쉽지 않아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신동진쌀이 인정받기까지 농민들이 흘린 피와 땀은 왜 생각을 안 합니까.” 정부가 신동진벼의 수확량이 많다는 이유로 퇴출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2027년부터 신동진쌀을 공공비축 대상에서 제외하고 종자도 보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애초 내년부터 신동진벼를 퇴출시키려 했으나 농가 반발로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특히 신동진벼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전북지역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의 신동진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9만5000㏊로 그중 6만㏊가 전북지역에 있다. 전북의 경우 벼 재배면적의 53%에서 신동진쌀이 생산되고 있다. 쌀 남아도니까 수확량 많으면 퇴출? 다른 쌀보다 쌀알이 1.3배 굵어 밥맛이 좋다는 신동진쌀. 수확량까지 많다는 건 장점인데, 없애야 할 이유라니 무슨 얘기일까. 지난 3월 농식품부가 발표한 ‘쌀 적정생산 대책’은 “쌀 수급 안정에 부담이 되는 다수확 품종을 밥맛 좋고, 재배 안정성이 높은 고품질 품종으로 전환시킨다는 기본 방향”을 언급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그러면서 신동진을 비롯한 11개 품종이 퇴출(종자공급 중단 및 공공비축미 제외) 대상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다수확’ 품종이기 때문에 다른 품종으로 대체하겠다는 얘기다. 그간에도 정부는 생산량이 많은 벼 품종을 퇴출시켜오긴 했다.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은 벼는 재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쌀 공급은 417만2700만t이었던 반면 소비량은 대략 361만t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지난해에만 대략 56만t이 ‘공급과잉’이었다. 문제는 ‘쌀 공급축소’를 위해 그간 퇴출시켜온 벼 품종은 ‘저품질’이었지만, 신동진은 밥맛을 인정받는 ‘고품질’이라는 점이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신동진은 품질이 좋아 그간 퇴출돼온 품종들과 차원이 다르다”면서 “신동진벼가 전북지역에 적합한 품종이었는데 갑자기 새 품종으로 바꾸게 되면 적응까지 다시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농가 수입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동진벼 재배에 주력하고 있는 군산 농민 문홍인씨는 “신동진벼는 브랜드 가치가 있어서 나락 한 가마니(40㎏)당 2000~3000원을 더 받아왔고, 쌀값이 폭락할 때는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이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20년 전 수치를 적용했다? 신동진쌀이 정부가 제시한 ‘다수확 품종’(10a당 570㎏ 이상 수확)에 해당하느냐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신동진벼 생산량이 10a당 596㎏으로 기준(570㎏)을 넘겼다고 본다. 596㎏이라는 수량은 24년 전 신동진 품종이 국립종자원에 등재될 때 기록된 것이다. 농민들은 24년 전과 재배방식이 달라져 수확량이 당시보다 줄어든 것은 왜 감안하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지역 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신동진벼를 처음 보급할 때는 질소질 비료를 10a당 12~13㎏ 줬지만, 이후에는 대개 9㎏ 수준까지 낮췄다”며 “비료가 줄어든 지금의 재배방식으로는 10a당 대략 540㎏ 수확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질소질 비료를 줄이면 쌀 수확량이 줄어드는 반면 품질은 좋아진다. 농업진흥청이 2020년 신동진벼에 대해 실시한 시험결과에서도 단위면적(10a)당 수확량은 536㎏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업진흥청의 해당 시험이 이뤄졌던 2020년은 작황이 안 좋았던 해로, 한 해에만 이뤄진 시험결과를 공식 수확량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4년 전의 수확량 기록을 재배방식이 달라진 지금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농민들의 지적에 대해선 “재배방식과 관련한 문제는 농업진흥청의 설명을 들으라”며 답을 피했다. 농업진흥청 측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정부는 신동진의 대체 품종으로 참동진을 제시한다. 참동진은 신동진의 밥맛은 유지하면서도 이삭도열병·벼흰잎마름병엔 취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농업진흥청이 최근 새로 개발한 품종이다. 정부는 참동진으로의 대체가 농가에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지만, 농민들은 “당장 신동진이 아니면 가격을 낮게 쳐 주는데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고 반박한다. 농민들에게 신동진을 포기하라는 것은 20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다 허물고 새로 시작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전북지역의 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신동진쌀이라는 브랜드가 잘 알려진 상태에서 다른 품종으로 대체하라고 하면 농가들이 당장 손해를 보는 것은 맞다”면서 “3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농가들과 정부 간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량과학원 등은 앞으로 3년간 신동진쌀의 실제 수확량이 정부 기준(570㎏)을 넘기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는 쌀 공급과잉을 해소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밥맛 좋은 쌀이 수확량이 많다는 이유로 퇴출 대상에 오르는 일은 쌀이 남아도는 한 또다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쌀 소비가 줄어든다고 강조만 할 게 아니라 수입물량 조정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호 단국대 교수는 “2015년 쌀 전면개방 이후 40만8700t의 쌀을 5%의 관세만 물려 매해 의무수입하고 있는데 이 물량이 쌀소비의 12%를 차지한다”며 “향후 협상을 통해 의무수입량(이른바 TRQ 물량)을 줄일 수 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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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쌀밥이 공공연한 ‘적’처럼 되어버린 건 좀 슬픈 일입니다. 최근 1년 쌀에 대한 기사가 정말 많이 쏟아져 나왔지요. 떨어지기만 하는 쌀값에 대응할 방법으로 제시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사태의 근본 원인은 쌀 소비량이 줄어든 데 있다고 모두가 말합니다. 밥 대신 먹을 게 워낙 많은 데다, 밥은 ‘살만 찌는 음식’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졌으니 그럴 수밖에요. 언제부턴가 '건강을 위해 탄수화물을 줄이자'는 구호가 난무하고 '밥=탄수화물' '고기=단백질' 공식이 통용되지만, 쌀밥엔 실제로 상당량의 단백질이 들어있어요. '탄수화물'도 종류가 다양해서 절대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니고요. 전문가들은 식단에 반드시 적절한 양의 곡물을 포함할 것을 권합니다. 세계적으로 선진적이라고 평가되는 캐나다 정부의 식단 가이드에서도 곡물을 아주 중요한 영양 공급원으로 꼽고 있어요. 다만,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을 먹는 게 중요합니다. 도정된 흰쌀을 먹는 것과 현미를 먹는 것은 영양 상으로 아주 다른 일입니다. ‘흰 쌀밥’이 공격받는 주된 이유가 ‘혈당을 빠르게 올린다’는 것인데, 현미는 이런 우려가 적을 뿐더러 단백질을 비롯한 다른 영양소도 풍부합니다. 쌀값을 어떻게 올릴지를 떠나서, 우리가 평소에 먹는 밥의 질을 어떻게 끌어올릴지에 대해 더 많이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좋은 쌀을 잘 먹을 방법이 널리 알려져야 결국 소비가 늘고 가격도 오르는 것일 테지요. 맛있는 쌀을, 건강하게 먹는 선택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현미와 잡곡밥을 주는 식당이 늘어나는 게 개인적으로 무척 바라는 바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 고품질 쌀을 퇴출하자는 정부 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것만큼은 분명해 보여요. 독자님은 평소 쌀밥을 좋아하시나요? 평소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나눠주시면 기회를 마련해 대화를 이어나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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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하면 '고기'를 떠올리는 독자님께 이 기사를 권해요. 과거 한국인이 밥으로 채우던 열량을 지금 우리는 곧잘 고기로 채우는데, 이 때문에 조상들이 겪지 않던 많은 새로운 질병에 시달리게 된 면도 있거든요.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식물기반식단'을 권하는 이의철 박사 인터뷰입니다. |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설탕 가격이 폭등해서 우리 물가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뉴스도 많이 나오고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윤병선 교수가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당장 쌀이 넘치더라도 농업을 보호하는 게 왜 중요한지 이해를 돕는 기사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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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을 정당화를 하는 기사도 읽었는데, 차별은 인권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장애인이고, 비정규직이어서 차별을 받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바우로님) "노키즈존은 일부 저연령층 고객이 무질서를 유발하고 있고, 이를 제재할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노키즈존을 그저 ‘금지’ 하기만 한다면, 과연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또 다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해당 사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점선면Lite <초가삼간 태워버린 노키즈존>에 관해 보내주신 독자님 의견입니다. 바우로님 말씀처럼 차별은 인권침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에, 어떤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카페와 식당 등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기에 대해선 익명의 독자님 말씀처럼 자영업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문제시되는 갈등이 단지 “저연령층 고객의 무질서”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린이에 대한 몰이해와 무관심, 편견과 혐오 역시 노키즈존을 만드는 주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노키즈존 없이, 어린이와 어른 손님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 방법이 무엇일지 함께 고민해주세요. 덧붙여 지난 레터 이후의 소식을 전해드리자면, 제주도의회는 5월11일 ‘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의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도서관이 단순히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자기계발을 위한 곳이 아닌, 문화와 지식을 근간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사회의 중요한 문화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구키님) "공공도서관의 어른들 책이 부동산, 주식 등으로 채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 도서도 학습 만화로 채워지고 있는 부분도 있어 조금 안타깝습니다." (헤오라님) "도서관은 사람들이 원하는 책을 비치할 의무도 있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책을 발견해 대중과 이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아동 앤셜리님) "재테크, 자기 계발, 에세이 등 단기간에 관심이 커졌다가 꺼지는 분야의 도서들은 특정한 계약을 통해 전자책으로 지역주민들이 일정 기간만 볼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요? 책도 콘텐츠고 콘텐츠별 생명력은 천차만별입니다. 그것에 맞는 도서관 전략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익명의 독자님) 📝 "점선면Lite < 도서관이 책을 그만 산다고?>에는 정말 많은 의견을 남겨주셨는데요. 많은 독자님들께서 공공의 소통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공감해주셨어요. 현재 다수의 공공도서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자책 대여 서비스를 통해 재테크 도서 등에 편중된 희망 도서 신청 문제를 풀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눠주셨습니다. 독자님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으니, 기회가 닿을 때 도서관 이슈를 다시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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