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은 왜 불안에 떨어야 했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서울에 사는 독자님이시라면 어제(5월31일) 이른 아침 사이렌 소리와 함께 날아든 '위급 재난 문자'에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대피 준비를 하라는 내용은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죠. 이제는 다 아시겠지만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그 이유였어요. 위성을 탑재한 북한 우주발사체가 서해 방향으로 발사된 이후 백령도에 경계경보가 내려졌고, 이를 전국 단위 경보로 '오해'한 서울시가 시 전역에 경계경보를 ' 오발령'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결국 북한의 위성 발사가 실패로 끝난 것과 별개로, 우리 정부와 서울시는 참담한 수준의 재난 대응을 보여줬어요. 실제 위성 잔해 낙하 위험이 있었던 백령도에도, 실은 위성과는 무관했던 서울에도 소용없는 대응이었죠. 경보 이유와 피난처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문자로 전송한 일본 오키나와현의 대처와는 판이했습니다. 서울시는 '오발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오세훈 시장은 "과잉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면서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서는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합니다. "재난 관련해선 지나친 게 모자란 것보다 낫다"는 국민의힘 입장과 비슷하죠. 말만 뚝 떼어놓고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맥락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워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이미 충분히, 아주 구체적으로 예고된 상태였습니다. 북한은 이틀 전 이미 '5월31일부터 6월11일 사이'라고 날짜까지 밝혔습니다. "즉각 조치"나 "지나친 조치" 대신 '체계적으로 검토한 적절한 조치'를 준비할 이유와 시간이 정부와 지자체에 있었다는 거예요. 서울시는 '다짜고짜 대피 준비' 안내 44분 만에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다"면서 "서울 전 지역 경계경보를 해제"한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마치 지난 44분간 북한 미사일 때문에 서울 전 지역이 대피를 필요로 하는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는 듯이 말이죠. 이 대목에서 저를 놀라게 한 단어가 '미사일'이었는데요. 북한이 발사에 실패한 물체를 가리키는 표현이 여럿입니다. 군사정찰위성부터 우주발사체, 로켓, 미사일까지…. 궁금해지는 건, 그게 무엇이든 이 물체의 발사가 우리 국민의 안전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예요. 정말 이것 때문에 서울은 위험에 빠졌던 걸까요?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되는 거고요? 아니 일단 '미사일'은 맞는 건가요? 통일부를 출입하는 박광연 기자의 기사를 읽고 대화해봐요. 약 3분 분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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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고도화 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 군사정찰위성의 발사에는 다양한 종류의 핵·미사일 무기의 정밀도를 높이고, 한·미 정찰자산과의 전력 비대칭을 극복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깔려 있다. ☑️ 북한은 올해 상반기 실적을 결산하는 6월 상순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에 앞서 성과를 내고자 위성 발사를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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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정찰위성, 한·미·일 감시할 눈 2023.05.31. 박광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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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전 6시29분쯤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서울역 대합실 풍경.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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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1일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은 최근 급격히 고도화된 핵·미사일에 ‘눈’을 달아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한·미·일의 군사적 움직임을 공중에서 들여다보며 핵·미사일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우선 사업으로 강조한 만큼 신속히 성과를 만들고자 발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사정찰위성은 한반도 안팎에서 북한과 대립하는 국가들의 군사 활동을 속속들이 파악하려는 목표로 개발이 추진돼왔다. 김 위원장이 2021년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로 제시한 최우선 개발 과제다. 북한 군부 서열 1위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 판별하고 사전 억제 및 대비하며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서 필수 불가결”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날 ‘만리경’이라는 군사정찰위성 명칭을 공개한 데서 이러한 성격이 확인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통해 ‘눈’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한반도 안팎의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전력배치, 작전 상황, 일본 열도 내 주일미군 동향 등을 하나하나 감시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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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찰위성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다. 다양한 종류의 핵·미사일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도록 정밀도를 높여주며, 지난해 핵 무력 법제화로 시사한 핵 선제공격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각이한 전쟁억제 수단들의 군사적 효용성과 실용성 제고에서 그 무엇보다 중차대한 최우선 과업”이라며 “상황에 따라 선제적인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역할”을 강조했다. 한·미 정찰자산과의 전력 비대칭을 극복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리 부위원장은 전날 미군 공중정찰자산들이 수도 평양과 서북부지대를 감시하는 “압도적인 정찰정보력”을 갖고 있다며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한반도 정세가 악화했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정당화했다. 이러한 중대성을 고려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점을 다소 서두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 29~30일 일본과 국제해사기구(IMO)에 발사 기간으로 통보한 “5월31일 오전 0시~6월11일 오전 0시”의 첫날 전격 발사를 단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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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 완료 시점을 올해 4월로 예고했다가 발사가 지체되며 ‘속도전’ 압박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발사 준비 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진 건 맞다”고 말했다. 한국이 지난 25일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것도 김 위원장의 조바심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통상 20일이 소요되는 (발사)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새로운 동창리 발사장 공사가 마무리 안 된 상태에서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실적을 결산하는 6월 상순 노동당 전원회의 개최에 맞춰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과를 신속히 거두려 했을 수 있다. 앞서 시험발사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수중 핵무기 ‘해일’ 등에 더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상반기 군사적 성과로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발사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내부적 혼란이 발생한 것 같다는 추정이 나왔다. 군부 핵심인 리 부위원장이 전날 직접 나서 발사 시점을 6월로 못 박았음에도 5월 마지막 날인 이날 바로 쐈기 때문이다. 홍 실장은 “발사를 급하게 준비하고 시점을 정하는 과정에서 혼돈이 있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날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앞으로 연속적으로 수개의 정찰위성을 다각 배치”하라고 지시했고, 리 부위원장은 전날 “새로 시험할 예정인 다양한 정찰수단들”을 거론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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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들을 풀기 위해 관련 기사들을 쭉 읽어봤는데요,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5월31일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했지만 엔진 문제로 서해에 추락했습니다. 북한은 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 즉 로켓을 발사해, 군사정찰위성를 쏘아 올릴 계획이었던 거예요. 함께 읽어본 기사에 '누리호'가 언급됩니다. 북한이 누리호의 발사 성공에 자극받아 준비를 서두른 것이 이번 발사 실패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죠. 누리호는 북한의 천리마-1형과 마찬가지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예요. 기본적으로 기능과 역할이 같으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접은 정 반대죠. 누리호가 발사될 땐 우리 국민과 세계인의 응원이 쏟아졌지만, 이번 천리마-1형 발사 시도에는 국제사회의 맹비난과 규탄만이 뒤따랐습니다. 같은 우주발사체인데 이렇게 대우가 다른 까닭은 발사체의 원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쓰이는 기술과 같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도 하지 않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발사됐다." 발사 당일 오전 7시30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이에요. 기시다 총리는 이날 발사된 것이 탄도미사일이 아닌 정찰위성을 탑재한 발사체임을 분명 알았을 겁니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에 따르면 '북한의 위성발사체'는 탄도미사일이나 다름없는 제재 대상이기에 이 같은 표현도 가능하다는 것이 박광연 기자의 설명이에요. 서울시가 문자에 쓴 '미사일' 표현도 '북한이 안보리 제재 대상'이라는 맥락에선 문제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미사일이라는 단어가 우리 국민의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를 불러올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더 섬세하게 표현을 골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날 발사가 결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기에 대응의 아쉬움은 더 커집니다. 이날 북한의 발사로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로 치닫고 있어요. 위기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왜, 어떻게, 어디로' 등이 모두 빠진 무책임한 대피 준비 경계경보로 시민들을 불안에 몰아넣은 것은 '한반도 정세'가 아니라,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일으킨 '행정 재난'임을 분명히 해둬야겠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이렇게 고쳐보고 싶어요.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재난 대응 시스템으로 위급 안내문자가 오발령됐다." 잘못의 인정이 곧 개선의 시작일 테니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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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경계경보와 재난문자가 전송되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과정을 소상히 전합니다. 위성 발사 후 1시간 사이 상반된 내용의 재난문자를 번갈아 발송해 시민의 혼란만 가중한 서울시와 행안부는 서로 '네 탓'만 하고 있어요. 잇단 참사와 재난에도 여전히 '총체적 난국' 수준인 위기 경보 협조 체제의 문제를 짚습니다. |
일본의 대응은 달랐습니다. 오키나와현은 서울보다 10분 빨리 경보를 내고 34분간 유지했는데요. 구체적 정보가 담긴 경보 문자가 발송됐고, 경보 해제 후에도 총리와 지자체장이 나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즉시 가동된 위기관리대책본부에서 전날 밤부터 대기하던 공무원들이 정부 등과 연락을 주고받느라 분주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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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제살인과 교제폭력의 심각한 현황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전체 살인 사건 중 교제살인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내용이 추가되면 그 심각성을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고등어조봉학님) "경찰 교제폭력 검거인원이 2022년 1만 2천명을 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 매일 1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현실인데, 왜 교제살인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는지 답답하다." (익명의 독자님)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서는 교제살인을 포함해 ‘여성이라는 조건에 기반해 여성이 살해당한 경우’를 뜻하는 ‘페미사이드(여성살해)’ 통계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의 통계를 인용했는데요. 이 경우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피해의 실제 규모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유럽연합(EU)은 친밀한 파트너의 폭력을 포함한 페미사이드 범죄 목록을 구체화해 회원국과 영국의 페미사이드 피해자 수, 피해자의 나이와 직업, 피해 종류 등을 수집하고 관련 보고서를 냅니다. 페미사이드 사건이 비교적 많이 일어나는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들은 페미사이드 범죄의 범주를 법적으로 정해놓고 이를 형법 죄목에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교제살인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의 실상부터 잘 ‘알아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 이 단계조차 밟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 혹은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통계를 통해 왜 이런 범죄가 지속하는지 면밀히 파악해야만 제대로 된 예방과 단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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