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를 열었더니, 옆 갯벌 조개들이 죽었다 💀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레터를 쓰고 있는 지금,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서울은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어요. 독자님은 계신 곳에서 안전한 밤을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오경민 기자입니다. 낯선 생각으로 데려다주는 기사를 좋아합니다. 이번 주를 가장 떠들썩하게 한 키워드는 바로 ‘잼버리’가 아닐까요. 잼버리는 전세계 청소년이 모이는 국제행사로, 8월1일부터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렸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이 유치한 가장 큰 국제행사'로 관심을 모았던 잼버리는 파행으로 치달았습니다. 다수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바닥이 진흙탕이 되거나 해충이 창궐해 국내외의 뭇매를 맞았어요. 태풍까지 북상하자 결국 예정된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모든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났습니다. 서울·경기·인천·대전·세종·충북·충남·전북 등 8개 지자체로 흩어졌죠. 정부는 남은 기간 기존 프로그램도 일부 진행하면서 지자체 프로그램을 섞겠다는 계획이에요. 두 달 전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개봉한 황윤 감독은 잼버리 대원들을 영화 상영회에 초청했어요. <수라>는 잼버리가 열린 새만금 일대에서 마지막 남은 갯벌인 수라의 사계절을 담은 영화예요. 스웨덴 청소년 400명과 더불어 미국, 독일의 스카우트 대원들도 속속 관람을 신청하고 있다네요. 그런데 이 수라갯벌을 지키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SOS를 쳤습니다. 잼버리 개최 이후 조개들이 집단 폐사했다고 해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강한들 기자가 소식을 전합니다. 약 4분 분량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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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버리 대회장 배수 문제로 새만금호 관리 수위를 낮추자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들어오던 인근의 수라갯벌에는 더 이상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 땅이 마르자 펄에 살던 조개들이 죽어가는 모습이 관찰됐다. ☑️ 일대를 조사한 ‘수라와 갯지렁이들’ 프로젝트팀은 조사하지 못한 갯벌까지 고려하면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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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가 끝끝내 살아남은 조개들을 죽였다 2023.08.10. 강한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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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 전북 군산 수라갯벌에서 폭염을 버티지 못한 맛조개가 숨구멍 밖으로 나와있다. 수라와 갯지렁이들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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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드나들듯 전북 군산 ‘수라갯벌’을 찾아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승준씨(23)는 지난 5일 갯벌을 살펴보면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갯벌 표면은 부쩍 말라 있었다. 하루 최대 두 차례 들어오던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자,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숨구멍 위로 올라온 맛조개들도 목격됐다. 오씨는 지난 7~8년 동안 수라갯벌에서 맛조개를 만나지 못했다. 지난겨울에야 새들이 먹고 남긴 맛조개 껍데기를 보고 ‘맛조개가 돌아왔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오씨가 마주해야 했던 맛조개는 ‘죽어가는 또는 죽은’ 맛조개였다. 지난 5일 ‘수라와 갯지렁이들’은 수라갯벌에서 저서생물 현장 조사를 벌였다. ‘수라와 갯지렁이들’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과 수라갯벌을 지키고 싶은 시민들이 모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3 인문 실험 공모전’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프로젝트팀이다. '말라서 죽은' 조개들 현장 조사는 새만금 남북도로 군산 구간 인근의 갯벌에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도로를 따라 약 500m 정도를 이동하면서 조사를 실시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방조제 내 남수라마을 인근 갯벌과 연안 습지를 ‘수라갯벌’이라고 부른다. 수라갯벌은 방조제를 통해 하루 최대 두 차례 해수 유입이 이뤄지면서 염생생물들이 사는 곳이다. 새만금에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로도 알려져 있다. 조사 결과 맛조개 수십 개체가 ‘말라서’ 죽은 모습이 발견됐다. 조사팀이 발견한 폐사체에는 조개류 6종(맛조개, 종밋, 돌고부지, 재첩, 지중해담치, 쇄방사늑조개), 게 1종(칠게)이 포함돼 있다. 조개는 갯벌 속 깊숙이 들어가 버틸 수 있는 게보다 취약하다. 길이 5~7㎝ 정도의 맛조개가 ‘죽어가는’ 모습도 발견됐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갯벌 위로 맛조개가 1~3㎝ 정도 올라와 있었다. 오승준씨는 “맛조개 같은 조개들은 바닷물이 빠지면 펄 속에서 버티다가, 물이 다시 들어오면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하고 호흡을 한다”라며 “펄 속에서 버티다가 말라 죽기 직전에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견된 폐사체의 총 개수는 100여 개였다. 조사팀은 갯벌 밖으로 나와있어 눈에 잘 띄는 맛조개 폐사체 외에도 폐사한 작은 조개들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조사 구간이 도로 근처 500m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갯벌에서 폐사한 개체는 훨씬 많을 수 있다. 오씨는 “조사 때는 아직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조사 이후 폐사한 개체도 있을 것”이라며 “미처 조사하지 못한 갯벌이 훨씬 넓어,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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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 문제 지적 받은 잼버리, 수위 낮추자 죽어간 생물들 최근 대원들이 모두 퇴영한 전북 부안 2023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은 갯벌을 매립한 공간으로, ‘배수’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곳이다. 지난 24일에는 폭우가 내리며 대회장 부지가 진흙탕으로 변하기도 했다. 조사팀은 잼버리 등 이유로 새만금호측의 관리 수위가 낮아지면서 하루 최대 2차례 해수가 들어오던 수라 갯벌에 물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한 게 집단 폐사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장마가 끝난 뒤 이어진 폭염도 갯벌이 더 빨리 건조해지게 한 원인이 됐다. 오씨는 “이렇게 장기간 갯벌이 마른 일은 최근 몇년간 없었다”라고 말했다. 실제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홈페이지를 보면 9일까지도 새만금 방조제 안쪽 새만금호측의 관리 수위는 -2m로 관리되고 있다. 기존 관리수위(-1.5m)에서 50㎝ 더 낮은 수치다. 지난달 새만금사업단 공지를 보면 “제25회 스카우트 잼버리 개최에 따른 하절기 호우 대비 대응의 일환으로 새만금 관리 수위를 7월3일부터 -1.7m, 18일부터는 -2m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장마 시기에는 수위가 상승한 상태였다. 새만금사업단은 애초 잼버리가 예정돼 있던 오는 12일까지 관리 수위를 -2m로 유지하고, 13일부터 수위를 다시 -1.5m로 올릴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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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유통 따라 ‘죽어가는’ 생물들…반복된 역사 2023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은 새만금 간척사업 대상지 가운데 해창갯벌을 매립해 만들어진 부지다. 2003년 새만금 간척을 멈춰야 한다는 요구를 하며 환경-시민단체들이 삼보일배 순례를 시작했던 ‘갯벌 보존 운동’의 성지다. 지난 5~6일에는 이 일대에서 새만금 간척지 반대 운동 20주년을 기념하는 장승제 행사가 열렸다. 시민사회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학살’이라고 불러왔다. 갯벌에 살던 조개, 철새를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가 매립으로 인해 죽어간 탓이다. 오승준씨는 “이 문제는 수라갯벌만의 문제가 아니고, 새만금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고, 일어났던 일”이라며 “새만금 방조제 내 해수 유통을 늘려가야 더 많은 갯벌을 복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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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쓴 강한들 기자는 지난해 말, 수라갯벌에 다녀왔습니다. 위 사진은 당시 강 기자가 찍은 것이에요. 강 기자는 "갯벌에 처음 갔을 때 너무 예뻐서 놀랐다. 갯개미취가 흔들리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당시 수라갯벌의 모습은 <갯벌 기능 잃었다는 새만금신공항 예정지 가보니…지금도 멸종위기 동물 터전> 기사에서 보실 수 있어요. 강 기자가 예찬한 갯개미취 영상도 있답니다. 당시엔 들어찬 물에서 오리들이 헤엄쳤어요. 조개들은 기존의 생리대로 물이 들어올 때 고개를 내밀었다가 물이 빠지면 갯벌 속으로 숨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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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달 초 '수라와 갯지렁이들'팀이 보내온 사진에서는 달랐습니다. 물이 바싹 마른 갯벌에서 맛조개들이 물이 차지도 않았는데 고개를 내밀고 있거나, 바깥에 나와 죽어있는 모습이 관찰됐어요. 갯벌을 둘러싼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지 13년입니다. 방조제 안쪽에 있지만 여전히 물이 들어오던 새만금 '마지막 갯벌' 수라에는 여전히 다양한 동식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잼버리를 이유로 수위를 조절해 버리자, 얕은 펄에 사는 조개부터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이에요. "지금 이곳에 바닷물을 얼마나 넣느냐는 결국 인간의 판단이에요. 이번에는 잼버리 행사 때문에 물을 뺐고, 그 때문에 수많은 생명이 죽었을 걸로 추정되는 거잖아요. 뭔가를 결정할 때, 인간 이외의 생물들이 얼마나 고려되는지 물을 필요가 있었어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개발해 온 역사가 반복되고 있고, 그 결과가 우리의 삶까지 위협하는 기후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강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3년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 지구촌 환경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 2년 전 안병일 한국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은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67만 평가량의 해창갯벌을 매립한 부지에서 열린 데다, 인근의 수라갯벌의 생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이번 잼버리는 기후 위기와 생태를 논하려던 원래 취지와 멀어도 너무 멀어 보입니다. '총체적 난국'이었던 잼버리를 새만금에서 여는 건 아무래도 무리수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잼버리, 왜 하필 새만금에서 열었을까요? 다음 주 점선면을 통해 더 자세히 알려드릴 예정이에요. 아래 점선면 예고를 살펴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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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라>를 만든 황윤 감독을 강한들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갯벌과 물새가 다 사라졌다 믿었던 황 감독은 수라갯벌에서 100마리가 넘는 저어새를 직접 보고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수라갯벌의 사계절을 담은 영화를 보시고, 기사를 함께 읽어보세요. |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어민들도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공사가 마무리된 지 10년이 지났을 때, 강윤중 기자가 전북 부안 계화도를 찾았습니다. 생합들은 폐사했고, 새 떼의 군무는 사라졌습니다. 예전을 그리워하던 어민들의 목소리와 마을의 풍경을 확인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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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이란 무리수, 자꾸 두는 이유 잼버리의 황당한 파행,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무리한 새만금 개발’입니다. 잼버리는 새만금 매립과 개발에 박차를 가할 도구이자 명분으로 이용된 것뿐이니, 제대로 준비될 수가 없었다는 거죠. 애초에 한여름에 열리는 대규모 야영 행사를 나무 한 그루 없는 간척지에 유치한 것부터가 ‘무리수’였는 걸요. 도대체 새만금 개발이 뭐길래, 잼버리라는 볼모까지 동원해 무리하게 밀어붙여야만 했던 걸까요? 갯벌을 메워 공항과 산업단지로 둘러싸인 ‘ 명품 수변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은 누구를 위한 걸까요? 30년째 계속되고 있는 새만금 개발은 정말 ‘국토균형개발’의 초석이 될까요? 잠깐만 시간을 내 독자님 의견을 들려주세요! 8월16일 점선면에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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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동의를 구하는 그 단순한 과정도 인종과 계층에 따라 무시될 수 있다니, 이 사회에 켜켜이 쌓인 차별과 혐오가 새삼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봄밤님) 📬 공통의 윤리가 부족한 시기에 소수자가 착취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근데, 아직 소수자 착취는 끝나지 않아 보입니다. 공통의 윤리는 언제쯤 정립될지, 어떻게 공유될지, 아니면 공통의 윤리란 존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에요. (익명의 독자님) 📬 오경민 기자님 환영해요! 나 몰래 내 세포가 인류에 영향을 미쳤는데 부가가치는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는 게 정말 끔찍하네요. 이루다 때가 생각이 났네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은 더 많아지고 있고 남일같지가 않네요. 정보인권(?), 소비자 인권(?) 관점의 글 좋았어요. (루나님) 📝 "지난 화요일 보내드린 점선면Lite < 죽었지만 전세계에 존재하는 사람>을 읽고 독자님들께서 남겨주신 이야기입니다. 봄밤님과 익명의 독자님이 느끼신 안타까움과 걱정에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같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한발짝 나아가는 이들이 있고, 헬라 세포 배상과 관련한 소식도 그들이 만들어낸 성과라 믿어요. 저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루나님,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왠지 저의 지인이신 것 같네요. 😏" 📬 자신들이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음. 이성적인 사고가 역시나 힘의 논리에 굴복하는 어리석은 역사를 되풀이하는 상황입니다. 안타깝네요. (익명의 독자님) 📬 여전히 우리나라는 사후 대책으로 방향을 잡는 모습이 답답합니다.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사전 예방을 할 수 있는 방법도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익명의 독자님) 📝 "지난 점선면Lite < 장갑차와 평생 구금이 범죄예방책?>에도 독자님들이 의견을 전해주셨어요. '힘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사후 대책이 아닌 '이성적인 사고'와 논의를 통해 마련된 예방 대책이 꼭 필요할 것 같아요. 관련 소식이 나오면 또 전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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