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알고도 막지 않는다면 안녕하세요, 독자님.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독자님께서는 비행기 자주 타시나요? 저는 최근 코로나 유행 이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에 다녀왔어요. 느낀 점은 간결합니다. 여행은 즐겁고 비행은 괴롭다. 항공 승무원의 노고에 대해 잠깐이나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죠. 비행은 괴로울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합니다. 10㎞ 이상 높은 고도에선 태양이 뿜어내는 우주방사선을 막아줄 대기가 부족하거든요. 우주방사선은 암과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비행기 안처럼 높은 고도에서 장기간 일하는 항공기 조종사·승무원들은 우주방사선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구에서 우주방사선이 가장 강한 북극을 지나는 항로를 자주 지난다면 건강상의 위험은 더욱 커지고요. 오늘은 25년간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일했고, 어느 날 갑자기 위암 판정을 받았던, 그로부터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한항공은 우주 탓도, 회사 탓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기사는 약 3분 분량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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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암으로 사망한 항공 승무원에 대한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 고인이 승무원으로 일하며 우주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위암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주방사선으로 발생한 고형암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근로복지공단은 대한항공의 측정 모델이 승무원이 피폭된 누적 방사선량을 과소 측정할 수 있고, 적은 양의 방사선 노출도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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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방사선 위암' 산재 첫 승인 2023.11.05. 김세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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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오로라의 모습.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입자 방사선이 대기 중의 산소, 질소와 만나 아름다운 빛을 내는 현상이다. NA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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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방사선에 20년 넘게 노출되어 오다 위암 판정을 받고 사망한 항공 승무원에 대해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우주방사선으로 인한 위암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항공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산재는 백혈병 등 혈액암에 국한됐는데, 위암처럼 단단한 덩어리 형태의 종양인 고형암에 대해서도 산재가 인정된 것이다. 향후 방사선 산재 인정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 따르면,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6일 대한항공 승무원이었던 고 송모씨(53)의 위암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고인의 누적 노출 방사선량이 측정된 것보다 많을 수 있고, 장거리 노선의 특성상 불규칙한 시간에 식생활을 하는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인의 상병과 업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항공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노출 문제는 2018년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은 항공 승무원의 산재 신청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송씨는 1995년부터 2021년까지 25년가량 항공기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했다. 송씨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약 1022시간이었는데 그중 절반(49%)은 장시간 비행인 미주·유럽 노선이었다. 미주·유럽 노선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단기 노선보다 우주방사선 노출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씨는 2021년 4월16일 위암 4기를 진단받고 다음 달 8일 사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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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측정한 송씨의 2008년 이후 총 누적 피폭 방사선량은 약 42mSv였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년간 누적 피폭 방사선량은 2.7mSv였다. 항공 승무원의 연간 개인 누적 피폭 방사선량 안전기준은 6mSv다. 대한항공 측은 "승무원의 누적 피폭 방사선량이 연간 6mSv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으며, 신청인의 상병(위암)과 우주방사선과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대한항공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측정법(CARI-6M)에 따른 누적 방사선량이 과소측정 됐을 수 있다고 봤다. A 심사위원은 "누적 방사선 자료상 100mSv 이상의 방사선 노출이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B 심사위원은 "CARI-6M은 (방사선을) 과소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라 이보다는 노출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연간 6mSv 이하의 저량 방사선 노출도 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B 심사위원은 "저선량 방사선의 위험도에 대해 최근 더 알려진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C 심사위원은 "전리 방사선은 암 발생과 역치가 없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고인이 장거리 비행으로 불규칙한 식생활을 한 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고 음주·흡연력이 없었던 점, 위암이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발병한 점도 고려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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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표면에서 발생한 방사선 폭풍 현상. NA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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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의 부인 원모씨(48)는 산재 승인 소식을 듣고 울음을 삼켰다. 원씨는 송씨와 함께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부부가 됐다. 원씨가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일을 그만둔 뒤로도 송씨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랬던 남편이 "소화가 안 된다"는 말을 하고 한 달도 안 돼 세상을 떠났다. 평소 아픈 내색도 잘 하지 않던 남편의 죽음을 원씨는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원씨는 "여전히 남편이 평소처럼 잠깐 비행을 떠나 있는 것만 같다"고 했다. 황망한 소식에도 원씨는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남편이 숨질 당시 자녀들은 고등학교 3학년·중학교 2학년이었다. 원씨는 "남편이 병원에 입원한 지 3일 만에 숨을 거뒀다. 유언도 따로 남기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한창 예민하고,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였다. 나부터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산재 신청에 압박감도 컸다. 첫 산재 신청에서 불승인을 받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좌절감이 들 때마다 원씨는 자신과 남편의 경험을 돌이켜봤다. 그는 "평소 남편과도 승무원의 불규칙한 생활 등을 자주 이야기했다. 항공 승무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며 "남편의 위암에 업무가 영향을 줬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고 했다. 원씨는 남편의 자긍심을 지켰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는 "남편은 대한항공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비행업무 외에도 승무원 교육을 도맡는 등 열심이었다"며 "남편의 헌신이 인정받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원씨는 다음 주 자녀들과 함께 남편이 안치된 납골당을 찾을 계획이다. 유족 측을 대리한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대표노무사는 "혈액암에 이어 비교적 흔한 고형암인 위암에도 우주방사선 산재를 인정해준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현재 대한항공의 방사선 측정 모델에는 과소 측정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만큼 신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방사선의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 승무원의 건강 상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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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대한항공에서 9년간 근무한 객실 승무원이 백혈병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합니다. 잦은 야근, 과로와 함께 우주방사선을 병의 원인으로 지목했죠. 전례 없던 일이었습니다. 산재가 승인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1년이 지난 2021년 5월의 일입니다. 이후 방사선 피폭을 이유로 산재를 신청하고 또 인정받는 항공 승무원들이 늘어났어요. 회사 측은 매번 같은 입장을 냈습니다. "확인된 피폭 방사선량이 안전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 3년 전 이런 기사도 있었습니다. 항공 승무원 10명 중 1명의 방사선 피폭량이 원자력발전소 종사자 평균보다 10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그때도 국토교통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승무원의 피폭량은 기준 한도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안전 기준'은 사람의 안전을 얼마나 지켜줄까요? 그 말을 곱씹다 보니, 2011년 폭발 사고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 최전선의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고선량의 방사선이 여전히 뿜어져 나오는 후쿠시마 원전, 노동자들은 안전 기준으로 정해진 피폭량 한도를 넘기지 않으려 시종 뛰어다닙니다. 피폭량 측정 기계를 일부러 작동하지 않게 만들기도 해요. 피폭 기준치를 넘기는 즉시 일자리를 잃는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는 사람이 아닌 기준만 봅니다. 안전한 현장이 아닌, 기준을 지키는 현장에만 관심이 있죠. 정해진 기준마저 정부·기업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조정하기 일쑤고요. 책에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는 방사선(피폭)량에 좌우되는 단역배우다." 세상 어떤 노동자도 안전 기준보다 못한 단역배우가 되어선 안 됩니다. 기준이 지켜지는데 사람은 안전하지 않다면, 기준을 손봐야 해요. 손제민 논설위원이 이번 산재 인정을 다룬 사설에서 "정부는 방사선 피폭 계산법을 재검토하고, 승무원의 방사선 영향 전수소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지상의 사람들은 방사선에 대한 두려움 없이 햇빛을 달게 받으며 살아갑니다. 항공 승무원이라고 예외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이를 위한 더 나은 대책과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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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걸까요. 한국을 찾은 일본의 탈핵시민단체 대표는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묵인 하에 '처리조차 되지 않은 오염수'가 바다에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제부 박용하 기자가 그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언론사 5곳, 전·현직 기자 7명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형사사법체계가 제도적으로 안착된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요. 언론을 겨냥한 지난 두 달간의 검찰 수사, 그 현황과 문제를 전하는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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