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국립암센터 교수·시인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확산이 멈추지 않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메르스가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된 이유로 한국 의료진이 메르스에 익숙하지 않아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한 것이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유라고 꼽았는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말이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 병원의 다인실과 보호자들이 많은 병원 환경, 병원 쇼핑 등을 메르스 확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세상읽기]다인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9일 상급 종합병원의 4인실 이상 다인실 의무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는 개정안을 오는 7월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발표에 대해서 여러 언론에서는 메르스가 의료기관 내 감염을 통해 전파되는 현 상황을 감안했을 때 국내 다인실을 줄여야 하는데 복지부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다인실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입원했을 때 병실료를 받게 되는데 병실료는 숙박비와 입원에 따르는 의료서비스를 포함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4인실 이상에 대해서는 병실료를 보험에서 지원해 주지만, 3인 이하의 병실에 대한 병실 차액은 개인이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다인실이 항상 부족해서 다인실에 입원하고자 해도 입원이 되지 않아서 암 환자가 입원 허가를 받은 뒤, 입원을 해야 진단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기약도 없이 병실이 비기를 기다려야 한다. 결국 다급한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1인실이나 2인실에 입원해서 초호화 호텔의 객실료에 해당하는 상급병실 차액을 물면서 입원을 한다.

그럼 환자가 몰리는 서울, 경기 지역의 대형 병원들에서는 왜 1인실이나 2인실은 남아도는데 다인실은 항상 부족한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의료기관의 입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병실료가 원가의 70~80%에 불과한 저수가라서 보험에 적용되는 다인실은 많을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보험과 상관없이 비보험으로 병실 차액을 받을 수 있는 1인실과 2인실을 늘려야만 병원의 적자를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병원급에서 1인실을 사용하려면 하룻밤에 40만원 이상을 개인 호주머니에서 내야 한다. 여유가 있는 국민이라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도 똑같은 액수의 병실료 차액을 보험 지원없이 내야 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인실 의무병상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던 셈이고, 이런 방향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물론 모든 국민이 1인실이나 2인실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쾌적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그만큼 간호인력의 비율도 높여야 하고, 1인당 의료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의료비 증가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들은 보험료 인상은 싫어하면서 의료환경 개선을 원하는 모순이 따른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다인실은 저렴한 의료비를 만드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다인실에 또 다른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도암에 걸렸다고 해보자. 그 사람은 처음에 자기가 왜 이런 희한한 병에 걸렸는지 화도 나고, 우울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입원해서 치료를 받다 보면 자기와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과 같은 방을 쓰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절박했던 사정을 털어놓게 된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섞여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기만 그런 큰 불운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위안을 받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의지하면서 긴 투병의 길을 외롭지 않게 갈 수 있다.

그렇다면, 메르스 같은 전염성 질환의 병원 내 감염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십년에 한번 정도 오는 전염성 질환을 위해 모든 병상을 1인실이나 2인실로 바꾸자는 발상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다.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를 계산하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다시 돌아볼 때, 우리가 했어야 하는 다른 부분만 개선했더라도 지금처럼 엉망은 되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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