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최근 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남북관계발전법을 개정한 데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극단적인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전단 살포는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남북은 아직도 휴전상태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바로 그 장소에서 심리전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전단을 공공연히 살포하는 행위는 휴전협정을 위태롭게 하는 적대행위이다. 만약 휴전선 일대에서 한쪽이 무력으로 대응하면 상대편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확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남북은 오래전부터 이 위험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이에 따라 7·4공동성명 이후 거듭하여 비방·중상 중단을 합의해왔다. 결국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합의하였다. 이 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단 살포는 계속되었다. 북한은 정상 간의 합의조차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해 왔다. 불안한 접경 주민들은 이들을 몸으로 막았고, 정부는 자제를 요청할 뿐이었다. 이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단 살포를 법률로써 금지하게 된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그러나 야당과 보수 언론, 북한인권 단체들은 ‘김여정 하명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침해를 외면하면서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해외의 일부 인사들이 국내의 이 같은 반발에 동조하고 있다.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극소수 외국인들의 발언은 보수 언론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과연 국민의 안전을 우선하여,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로 비판받아야 하는지, 비판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기본권이라도 일부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반테러법을 제정해 기본권을 제한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영장 없이 FBI 명령으로 휴대폰, 컴퓨터, 금융, 의료 정보 검색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수집한 정보는 무기한 보관할 수 있었다. 영장 발부 시 당사자 몰래 압수수색이 가능했다. 행정명령으로 도청, 감청을 허용하는 테러리스트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심지어 CIA 프로그램은 고문까지 허용했다. 미국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운영하면서 테러 용의자를 고문했다. 부시 대통령의 회고록에 따르면 관타나모 수용소에 최대 800명까지 수용했다고 한다. 이후 관타나모 수용소는 수차례 폐쇄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영국도 9·11 테러 이후,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 테러 관련 수사 시 감청, 구금절차, 압수수색 등 기본권 보호 절차를 대폭 완화했다. 주요 외국인 테러 혐의자는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였다. 자국민 테러 용의자 수사를 위한 구금기한은 최대 72일까지 단계적으로 연장됐다.

선진국들도 국민 안전을 위해 불특정 다수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는 불특정 다수도 아니고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극소수의 자유를 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UN 인권규약이나, 미국 대법원 판례도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도 긴급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국민 안전을 위해 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UN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민간항공기 안전을 위해 국경을 넘어서는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있다. 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있는 논거는 차고 넘친다.

NLL과 휴전선 일대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극적인 무력충돌이 있었는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이나 지뢰 도발 사건 때는 한반도 전체의 평화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이같이 민감한 지역에서 무책임한 극소수에 의해 이뤄지는 전단 살포는 금지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선 보다 안전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전단 살포는 남북 접경지역 극소수 주민들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이나 인터넷은 북한 전역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다. 더 효과적인 방식을 놔두고, 왜 전단 살포를 고집하는지 의문이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수록, 더 공개적으로 전단을 살포하려는 사람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들에게는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자신들의 활동이 부각되면 될수록 더 좋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 개선을 주장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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