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삼촌들의 의리, 역주행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삼촌들의 의리, 역주행

도로에서 역주행하면 사고를 부른다. 그러나 유일하게 즐거운 예도 있다. 바로 음원차트에서의 역주행이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군대를 다녀온 ‘삼촌’들의 힘으로 역주행을 하더니 라붐의 ‘상상 더하기’가 그 행렬에 가담했다.

브레이브걸스나 라붐은 군부대 위문 공연을 열심히 다녔던 걸그룹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라붐의 한 관계자는 “지난 수년 동안 휴전선 155마일에 있는 웬만한 GOP는 거의 모두 가봤다”고 했다. 데뷔 8년 차를 맞는 이들이 그곳에서 공연을 통해 만난 장병들의 숫자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변변한 무대조차 없는 연병장에서 이들이 열과 성을 다해 노래하면 장병들은 미친 듯이 화답하곤 했다. 그 열광의 현장은 온라인에 떠도는 많은 영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 나와 어디든 가자/ 지루한 하루 여기까지만 올 스톱/ 작은 가방 운동화 챙겨/ 자 더 크게 라디오를 높이고/ 코발트블루 물결 눈부신 바다/ 달빛 가득 묻은 작은 섬/ 야경이 눈부신 도시는 어때?/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난 너와 나 그곳으로/ 떠나는 거야/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상상 더하기’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MBC <놀면 뭐하니?>에서 결성된 프로젝트팀 MSG워너비가 커버 곡으로 부르면서 역주행에 가속도가 붙었다. 유재석을 비롯하여 김정민, 지석진, 박재정, 이동휘 등 멤버들은 군대를 다녀온 삼촌들이다. 이들이 ‘상상 더하기’를 커버 곡으로 고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이 세상과는 다소 거리를 둔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열광했던 바로 그 노래를 소환한 것이다.

‘아로아로’ ‘두근두근’ 등 유난히 여름 노래가 많은 라붐은 별다른 활동도 없이 올여름 역주행 걸그룹으로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갈수록 의리가 사라지는 시대에 삼촌들이 의리로 만든 미담이 훈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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