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지의 편집관, 그 가능성과 필요성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띠지를 둘러싼 논쟁은 출판계에서 주목을 끌지 못한 지 오래되었는데 독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종종 논쟁거리로 떠오르곤 한다. 사용자인 독자 관점에서 보면 구매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구매 후에는 쓸모가 사라져 쓰레기로 버리게 되고 왠지 아쉬워 보관하려니 손상이 잦기 때문이겠다. 제작자인 출판사 안으로 들어와 보면 띠지의 사용 유무를 판단하거나 검토하는 경우가 의외로 드물다. 너무 흔히 사용되다 보니 책의 꼴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띠지는 당연한 전제가 되었다. 띠지의 사용 유무보다는 어떤 문구를 담을지가 고민의 내용이고, 베스트셀러나 수상 문구를 드러내는 동그란 딱지 모양 별표를 세 개만 넣을지 다섯 개나 담을지가 고려 사항이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띠지는 애초 홍보의 목적으로 활용되었고 종종 디자인 효과를 반영하여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전하기도 했는데, 현재 한국 출판계에서 띠지의 의미는 그보다 훨씬 커진 듯하다. 각 출판사의 편집관을 드러내거나 확인할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띠지의 유무뿐 아니라 띠지에 새겨진 출판사 이름이나 로고를 눈여겨 살피면 띠지를 사용하는 출판사는 거의 모든 출간 도서에 띠지를 기본 요소로 적용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면 책의 날개나 면지처럼 책의 기본 구성 요소로서 띠지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필자가 일하는 출판사 역시 근래 들어 띠지의 필요와 효과에 대한 논의 끝에 새로운 책은 물론 중쇄를 찍는 도서까지 모든 도서에서 띠지를 덜어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평가와 결론에 이를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띠지 사용 유무를 굳이 출판사의 편집관까지 연결한 까닭은, 띠지 사용 유무가 본문에 별도의 색을 활용하거나 정서의 여유를 전하기 위해 본문 중간에 정보보다는 느낌을 담은 사진을 담거나 본문의 문장 가운데 일부를 떼어 별도의 면에 담거나 장을 구분하는 장 표제지를 적극 활용하여 전체 본문 쪽수의 10분의 1을 훌쩍 넘는 분량을 할애하는 등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띠지를 기본값으로 활용하는 출판사의 책을 펼쳐보면 앞서 제시한 여러 상황들이 동시에 적용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띠지는 효용을 중심에 두고 결정하는 요소라기보다는 해당 출판사의 편집관에 근거한 표현 양식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관점과 철학으로 진행하고 구현하는 상황이니 제작자인 출판사로서는 다른 출판사의 편집관을 두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겠다. 그런데 사용자인 독자 관점에서 보면 앞서 언급한 여러 요소들도 책을 읽는 행위와 펼쳐 넘기는 과정 그리고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 영향 요소로서 이야기해볼 주제가 아닐까 싶고, 띠지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테니 앞서 언급한 요소들도 함께 다뤄보면 어떨까 싶다. 출판계에서는 띠지라는 좁은 관점이 아니라 모든 편집 요소가 존재감을 뽐내는 뜨거운 편집의 시대에 필수적 편집 요소 중심의 차가운 편집은 어떻게 가능하고 정말로 필요한지를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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