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부부장에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먼저 북한의 중요 정책을 토의·결정하는 국무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합니다. 대남과 대미 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남북 및 북·미 관계 발전을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덕담을 먼저 건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김 부부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께 친서를 전달하였습니다. 한반도에서 평화의 돌파구를 여는 데 일조하며 부드러운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만, 작년에는 연초부터 거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더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하였습니다. 올해도 거친 언사는 여전했지만, 최근 담화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북한을 연구해온 학자로서, 최근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제시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들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몇 가지 조언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 반응에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김 부부장은 최근 담화에서 종전선언을 하려면 적대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선결조건을 내세웠습니다. 종전선언 자체가 상호 간 적대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신뢰 조성 조치인데, 굳이 조건을 내세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북한 스스로 2018년 7월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종전선언이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조성하는 선차적 요소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김 부부장이 종전선언을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했으니, 그 취지와 유용성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간 대화가 복원되는 데에 따라 남북 양 정상이 2007년과 2018년 두 차례나 합의했던 종전선언 추진이 조속히 이행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북한은 남측과 국제사회의 소위 ‘이중기준’을 강하게 비난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고 핵무기를 개발하였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소위 ‘이중기준’ 주장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가 존재하는 않는 국제사회에서는 종종 안보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자국의 방어를 위한 무력 증강 조치가 적대국에는 심각한 위협과 도발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고 극복하기 위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남북도 2018년 9·19 군사합의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북한은 ‘이중기준’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여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등에 대해 협의해 나간다는 9·19 군사합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군사적 신뢰구축에 따라 단계적 군축도 실현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셋째, 조롱이나 거친 언사를 포함한 담화는 그만 발표했으면 합니다. 최근 김 부부장도 강조했듯, 상호 존중의 태도는 상대방을 향한 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고 조롱과 막말을 사용한다면, 이야말로 언어적 도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친 담화는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북관계에 대한 국내외의 냉소적 반응을 초래하고, 북한에 대한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향후 북한이 대외 입장 표명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언사를 자제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변화 노력을 높이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난제들은 결국 대화와 상호 신뢰 회복의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적 위협, 대북 제재 등 북한이 ‘대북 적대시정책’으로 간주하는 문제들도 비핵화, 평화협정, 군비통제 등을 논의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동시적 상응조치와 함께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영양·보건협력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약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치·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 협력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한 것으로 신뢰 회복을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북한이 남북관계 회복과 발전을 위한 대화에 호응한다면, 남북 간 평화와 협력의 길이 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