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답다

고규홍 천리포수목원 이사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제가끔 다르겠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흔히 경험하지 못하는 대상에서 받는 경이로움의 느낌이 일쑤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기 십상이다. 또 사람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걸 아름다운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나무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꼽는 데에 모두 공감하는 나무가 있다. 은행나무 가운데에는 단연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이 땅의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로 꼽는다. 수령 800년의 이 나무는 높이 32m, 줄기둘레 16m로 무척 크다. 나뭇가지를 펼친 품은 사방으로 30m에 이를 만큼 광활하다. 경이로움의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나무다.

옛날에 한 스님이 기도처를 찾으며 유람하던 중 이 마을에 이르렀다. 스님은 다리쉼을 하며 물 긷는 처녀에게 물 한 두레박 얻어 마시고 마을 풍경을 내다보는데, 유난스레 마을이 평안해 보였다고 한다. 그때 스님은 언제든 다시 찾아오리라는 마음으로 자신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우물 곁에 꽂아 표시해두었는데, 그 지팡이가 자라서 지금의 큰 나무가 됐다고 한다. 나무는 평화로운 마을의 상징으로 긴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물론 전설이다. 나무에 얽힌 다른 이야기도 있다. 마을에 살던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심은 나무라는 이야기다. 두 가지 이야기 모두 기록으로 전하는 바가 없어 사실을 확인할 도리는 없다. 또 줄기 안에 천년 묵은 흰 뱀이 살고 있어서 사람이 가까이하지 못하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졌으며, 노란 단풍이 한꺼번에 올라오면 이듬해 농사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는 이야기까지 함께 전하는 나무다.

마침 원주시에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체계적 관리와 관광 자원화를 위해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경관 광장과 함께 자동차 135대를 수용할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란다. 원주시의 계획이 가장 자연스러워서 모두가 가장 아름답게 느낄 수 있었던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자연 풍광을 망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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