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설명하는 언론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애초에 젊은 남자를 묶어서 ‘이대남’이라 부른다고 할 때부터 이상했다. 이런 식으로 인구의 일부를 성별과 연령대로 잘라서 명찰을 달아주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랬다. 세대론이란 대체로 정신이 가난한 자의 사회학이고, 잘해야 그저 그런 마케팅 도구로 남용될 뿐이라고 배웠던 나로서는 ‘이대남’이 마치 우리 사회의 어떤 병리현상을 설명하는 변수처럼 활용되는 꼴을 보고 답답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젊은 남성이 정치적으로 보수화한다고, 개혁에 반동적이라고, 또는 여성을 증오한다는 식으로 말하면 편리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늙어야 보수적이고, 저항적이며, 성차별적이라는 상식에 벗어나는 관찰을 간결하게 서술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런 반직관적인 명제는 문제를 설정하고 질문을 던지는 일을 하기에 의미가 있다. 따라서 그런 말을 듣게 되면 누구나 자연스레 되묻게 된다. 어떤 젊은이가 보수화하는지, 왜 젊은 남자가 더 개혁에 저항하는지, 또는 무엇 때문에 젊은 세대에서 성차가 갈등으로 전화하는지 말이다.

당연하지만, 앞서 제시한 관찰은 ‘젊은 남성이 모두 보수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그 내용은 ‘지금 여기에서 젊은 남성만이 반동화’한다거나 ‘젊은 남성이라서 여성을 미워한다’는 명제들과도 의미가 다르다. 실로 ‘젊은 남성이라서 이렇다’는 식의 설명 명제는 별도의 해명이나 근거가 필요하다. 그렇게 말해야 할 이유를 밝혀 제시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전문가의 해석이라도 빌려와야 맞춤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신생 언론매체 ‘얼룩소’에 ‘이대남’ 현상은 일종의 착시의 결과라는 주장이 실렸다. 기사는 젊은 남성을 단일 집단으로 간주하기에 집단 내 계층 차이가 뚜렷하다는 관찰을 담고 있다. 좋은 문장과 전개를 가진 글이기에 단숨에 읽었지만 역시 질문들이 남는다. 하층 계급에 속한 고학력 남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젊은 여자의 사정은 얼마나 어떻게 다른가.

한국 사회는 정치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문화적으로 급변해왔으며, 그 때문에라도 특정 세대의 이념과 정견은 관찰과 의혹의 대상이 된다. 예컨대, 나는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자들이 이제는 과연 우리 사회의 어른 노릇을 할 만한 역량을 갖추었는지 묻고 싶다. 특히 그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내재화했는지 알고 싶다. 386 망국론, 감상적 승리론, 또는 세대 간 대립론 같은 뻔한 의견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민주적 시민성을 갖추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그런지 알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선정적인 문제 제기는 흔해도 그럴듯한 답변을 찾기는 어렵다.

언론은 때로 진실을 전달하는지 의심받아서 걱정이라지만, 정작 염려할 만한 일은 과연 그런 능력을 갖추었냐 여부다. 언론은 파수꾼이라 한 사회에서 등대의 역할을 하고, 때로 이야기꾼이어서 그럴듯한 해석을 전달한다. 그러나 역시 등댓불과 이야기만으로 모든 일을 다할 수는 없다. 특히 한 사회의 구성과 변화를 설명하는 일에서 그렇다. 그것은 사회의 자기인식에 대한 일로서 타당한 근거를 들어서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언론이 한 세대를 특별하게 이름 붙여 부르며 문제 삼는 일도 한 사회의 자기 성찰과 해석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설명하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이론과 방법론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원인을 규명해서 제시하고, 그래서 모든 사정을 고려해서 유사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려면 미리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중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임무가 과거 유력한 설명들을 검토하는 일이다. 그리고 누구라도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했을 때,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는 방법론적 보장을 제시해야 한다. 나는 언론이 용맹스럽게 우리 사회를 설명하려는 도전을 이어가기 바란다. 다만 이론적·방법론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도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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