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단벌 신사

연애할 때는 머릴 기대면 “피곤하나봐. 기대서 푹 자~” 혀에 꿀을 발라 날름날름 하던 말. 나이 들어 아내가 머리를 기대면 “팔 저린다. 호박 치워라”. 징한 세월이 사랑을 지워버리고 애증으로들 웃어넘기며 산다. 리카라는 일본 친구가 쓴 <행복기술 70>(원제)에 보면 다시 사랑을 찾기 위해 시간 활용과 습관을 바꿔보라 권하더군. “날마다 일기를 쓰라. 한 번쯤 고급스러운 맛집에 가라. 꽃과 식물로 집을 꾸미라. 공원을 산책하라. 조명으로 분위기를 바꾸라. 건강한 몸을 위해 요가를 하라. 여성에게 좋은 말린 과일을 먹어라. 두꺼운 화장을 벗고 맑게 웃어라. 애완동물을 길러라. 상대의 장점에 주목하라. 작은 친절과 선물을 아낌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 것. 패션 감각을 길러라. 말이 있으면 얻어 타고, 사람이 있으면 같이 걸어라. 눈을 마주치면 곧바로 미소를 지어라.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 혼자 잘해주고 상처 입지 말길.”

오징어 게임도 아닌데 나를 만날 때는 항상 추리닝 차림. 그러나 누굴 만나러 갈 때는 쪽 빼입고 가는 멋쟁이. 과연 집에서 입는 평상복이 어디까지인지, 그 반경을 살피면 사람의 마음과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여름옷은 들이고 겨울옷은 꺼내려 세탁기를 며칠 돌리고, 세탁소도 찾아갔어. 오십견이 와 손으로 이불 빨래할 기운은 남아 있질 않아. 가을 햇살에 이불과 옷이 뽀송뽀송 잘 말랐다. ‘패션 감각을 길러라’는 참 좋은데, 새 옷을 장만할 돈은 없어라. 깨끗하게나 입고 살자는 결심.

친구들 말 들어보니 옷장을 열면 입을 만한 옷이 없다고들 한다. 친척 결혼식장에 가야 하는데 옷이 없어 못 간 후배랑 지난주 깔깔대며 웃었던 일. “그럼 입고 있는 그건 뭐야. 옷 아니야?”

수도자들은 단벌옷으로 산다는데, 사계절 한국에선 그러다가 얼어 죽지. 단벌 신사라도 겨울 외투는 한 벌쯤 장만해야 한다. 멋을 부릴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멋있게 살 수 있겠어.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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