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겨울에도 손과 발은 시려울 수 없다

엄민용 기자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은 이미 지났고, 내일(7일)이면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다.

이처럼 겨울이 깊어지면 문득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동요다. 하지만 귀에 익은 노랫말과 달리 사람의 손과 발은 시려울 수가 없다. 우리말에서는 ‘시려울’이나 ‘시려워’ 꼴의 글자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려워’라는 말을 쓰려면, 그 말의 기본형이 ‘시렵다’여야 한다. ‘가렵다’를 ‘가려운’ ‘가려울’ ‘가려워’ 등으로 쓰듯이 기본형에 비읍(ㅂ) 받침이 있는 용언만이 ‘-운’ ‘-울’ ‘-워’ 따위로 활용한다.

하지만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를 뜻하는 말은 ‘시렵다’가 아니라 ‘시리다’이다. ‘시렵다’를 표준어로 다룬 사전은 없다. 이 ‘시리다’를 활용하면 ‘시려워’가 아니라 ‘시려’가 된다. “날콩이나 물고기 따위에서 나는 냄새”를 가리키는 말인 ‘비리다’를 “생선이 비려워”라고 쓸 수 없는 것처럼 ‘시리다’도 ‘시려워’로 못 쓴다. ‘비리다’가 ‘비려’가 되듯이 ‘시리다’ 역시 ‘시려’가 바른 표기다.

‘시리다’를 잘못 쓰는 일도 흔하다. “너무 걸었더니 무릎이 시리다” 따위처럼 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리다’는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 또는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를 뜻하는데, “너무 걸었더니 무릎이 시리다”는 “관절 따위가 삐었을 때처럼 거북하게 저리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뜻을 지닌 말은 ‘시다’이다. 따라서 “너무 오래 걸었더니 무릎이 시다”로 써야 한다. ‘시다’를 써야 할 표현에 ‘시리다’를 쓰는 사례가 무척 많다.

추위와 관련해 많이 틀리는 말에는 ‘오돌오돌’도 있다. ‘오돌오돌’은 “작고 여린 뼈나 말린 날밤처럼 깨물기에 조금 단단한 상태”를 뜻한다. 누룽지를 그냥 씹어 먹을 때의 느낌, 그게 바로 ‘오돌오돌’한 것이다. “춥거나 무서워서 몸을 잇달아 심하게 떠는 모양”을 뜻하는 말은 ‘오들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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