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처럼 껴안은 소나무 한 쌍

고규홍 | 천리포수목원 이사
포천 직두리 부부송

포천 직두리 부부송

‘부부송(夫婦松)’이라는 이름의 나무가 있다.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기 포천시 군내면 직두리의 소나무 한 쌍이 그 나무다. 두 그루의 소나무가 가까이 붙어 서서 서로를 부둥켜안은 듯한 모습이어서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부부송’이라고 불렀다. 두 그루 가운데 한 그루는 300년, 다른 한 그루는 150년쯤으로 수령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다.

멀리 뻗은 나뭇가지를 비탈 언덕 아래로 늘어뜨린 ‘포천 직두리 부부송’은 위로 솟아오르기보다는 가지를 땅으로 내려놓는 처진 소나무 종류여서 대단히 아름다운 생김새를 갖췄다. 얽히고설킨 두 그루의 나뭇가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서로의 가지가 완전히 하나로 연결된 ‘연리지’ 현상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소원을 잘 들어줄 뿐 아니라 땅의 기운을 신령스럽게 하는 영험한 나무로 여겨온 바람에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우리 땅의 기운을 억누르겠다는 생각으로 굵은 나뭇가지 열 개를 잘라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때, 민간에서 불러온 ‘부부송’이라는 이름을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암수가 따로 없는 소나무를 부부라고 호칭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란이었다. 사실 ‘포천 직두리 부부송’ 외에도 부부의 이름으로 불리는 나무는 많이 있다. 굳이 부부라고까지는 아니라 해도 ‘할배 나무’ ‘할매 나무’처럼 남성형이나 여성형으로 불리는 나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대개 마을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는 당산나무를 그렇게 부르곤 한다. 암수가 따로 있는 은행나무가 있기는 하지만,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구별되지 않는 느티나무, 팽나무에도 ‘할배’ ‘할매’처럼 사람의 성별을 붙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식물학적으로는 적절치 않아도 나무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 민족 문화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랫동안 나무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처럼 여기고,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공경해온 우리 민족 문화의 슬기로운 자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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