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참사’ 왜 수수방관

박종국 | 전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지난주 6명의 노동자가 실종된 광주 화정동의 초고층 아파트 외벽 붕괴 참사는 지난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이후 꼭 7개월 만이다. 같은 도시, 같은 시공사의 공사 현장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참사를 사고 영상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박종국 | 전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박종국 | 전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실종 노동자 가운데 1명의 시신만 찾았을 뿐이다. 가족들은 새벽별 보고 출근한 남편과 자식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추위를 떨면서 붕괴 잔해가 무성한 현장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낡은 건물 철거 현장도 아니고 대기업 건설회사가 시공 중인 신축공사에서 일어났다. 붕괴 원인들을 두고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한다.

광주 화정동 붕괴 참사 현장의 경우 하부 중간층들에 지지보강재(파이프서포트)를 철거하지 않고 촘촘하게 고정시켜 놓았더라면 최상부층 콘크리트 타설 중 편심에 의한 붕괴가 발생하더라도 타설 중인 해당 1개층만 붕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속 공정에 장애가 된다며 중간층들의 지지보강재는 제거해 버리는 현장이 상당히 많다. 겉으로 보기엔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되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것 같아도 비파괴 검사를 해보면 양생이 덜 된 경우들이 쉽게 목격된다. 그래서 상부층이 무너져 내리면 연쇄적으로 하부층에 무게가 더해지면서 대형 붕괴 참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지난해 호남지방에 비가 잦았는데, 만약 무리하게 콘크리트 타설을 했다면 콘크리트 슬럼프 강도가 현격히 떨어졌을 수 있음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또 여기에 수십t에 달하는 외벽 대형 거푸집(RCS폼)이 벽체와 함께 이탈되면서 연이은 붕괴를 가중시켰을 수 있다.

건설은 수주산업이어서 계약한 공기를 맞추어야 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기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콘크리트 타설 후 법정 15일의 양생 기간은 강화제를 투입하고 열풍기만 뿜어대면 1~2일만 양생한 뒤 내부 거푸집을 해체해도 아무런 법적 제지를 받지 않는다. 건축물 기둥 내부의 강도가 온전할 리 없다. 공사에 투입된 건설노동자들 또한 무리한 공사가 부실시공의 원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공사가 늦어지면 불이익을 받게 돼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개선의 목소리들도 높다.또 후진적인 건설업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량도급 등 다단계 하도급에 의한 속도전 공사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 직접시공을 늘리고 행정기관과 현장 감리는 적정 공기를 지키는지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하루속히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여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발주처 및 시행사는 공기 단축을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 및 지자체의 관급공사에서도 공기를 단축하면 예산을 절감했다고 자축하곤 하는데, 몰상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도심에 초고층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공사장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은 철옹성이 돼버린 현장을 보며 매일매일 불안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를!” 가족과 함께 한 가닥 희망이라도 가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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