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이 싫어 투표하는 민주주의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5년마다 열리는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거리마다 현수막과 확성기 소리가 가득하고, 세상만사가 대통령 선거와 연결되는 분위기다. 문득 그리고 당연히 책과 출판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돌아보니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 담당자로 일하며 두 차례 대선을 겪었는데, 출판사로 자리를 옮겨서인지 대선 관련 책 소식이 이전 같지 않은 듯하다. 2017년에는 유시민 작가의 <국가란 무엇인가> 개정판과 역사 연구자 심용환의 <헌법의 상상력> 등이 탄핵 정국과 촛불혁명 이후의 시대적 물음과 과제를 논하며 많은 독자와 만났고, 후보 관련 저작으로는 같은 해 나온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와 당선 이후 특별판으로 다시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이 2017년 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후보 도서로는 당시 유승민 후보의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가 교보문고 집계 정치사회 분야 연간 20위권에 자리했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촛불 대선으로 불린 2017년 대선은 앞서 여러 번 반복된 선거일 12월19일이 아니라 5월에 치러지는 등 여러모로 특별한 선거였으니, 직전인 2012년 대선도 살펴봐야겠다. 그해 가장 뜨거운 대선 관련 도서는 당선자 박근혜도 2위로 낙선한 문재인도 아니었다. 출마 선언을 대신해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은 품귀 현상을 빚으며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했고, 실제 출마를 알리는 기자회견 말미에 언급한 문장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가 담긴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으니, 결국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단연 화제였다 하겠다. 그에 못지않은 주목 인물은 김어준, 주진우, 정봉주, 김용민, 즉 ‘나는 꼼수다’ 구성원들이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 주진우의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 김용민의 <보수를 팝니다>는 1년 내내 출간을 이어가며 팟캐스트와 책의 상호 상승으로 정치 이슈를 주도했다.

지난 이야기라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걸까. 2012, 2017년과 비교하면 이번 대선은 책과 인연이 없는 듯하다. 후보자의 삶을 담은 자서전이나 정책과 비전을 담은 책이 눈에 띄지 않고, 이들을 검증하는 도서가 큰 관심을 모으는 기이한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마스크에 표정을 감춘 그 실체를 벗겨 내”겠다는 책 <굿바이, 이재명>이, 윤석열 후보의 경우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윤석열의 본.부.장 리스크를 파헤”치겠다는 책 <윤석열 X파일>이 후보 관련 도서 가운데 판매가 가장 많다. 그럼에도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을 바라는 마음,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반성과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라는 진전의 의지가 여러 악조건을 뚫고 이번 선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물론 공약과 정책을 살피고 인물과 리더십을 비교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 터라 여러 권의 책을 살펴볼 여유를 내기는 쉽지 않을 터. 투표장에 가기 전 딱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아니 읽지 않더라도 마음을 정하기 전에 제목만이라도 떠올려보면 좋을 책 한 권을 권한다.

바로 시사평론가 김민하의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이다. 부제는 ‘반대를 앞세워 손익을 셈하는 한국 정치’다. ‘뜨끔’ ‘아차’ ‘그렇지’가 교차하며 내가 행사할 한 표의 방향과 의미를 새삼 깊이 새기게 된다. “누구에게 권력을 위임해야 세상이 좋아질까”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민주주의인가”에 한 걸음 다가서는 한 표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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