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빈곤운동이 미래의 당선자에게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대선이 끝나갑니다. 모두 역대 최고의 비호감 대선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분단, 지역감정을 동력 삼아온 한국의 정치가 분노와 환멸에 기대지 않은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모두가 이틀 뒤 누가 당선자가 될 것인가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당선되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반빈곤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저는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의 발언과 정책자료집을 모니터링하고 요구안과 질의서를 보냅니다. 여러 번 해오던 일이라 관성이 생긴 걸까요? 유독 올해는 개별 공약을 비교하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각론으로 갈수록 두 후보 간 공약에 큰 차이가 없을뿐더러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반복된 공약이 다시 수록된 공약집을 보며 밀려오는 회의감과 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두 후보는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비롯해 몇 개의 빈곤층 복지정책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지, 그리고 이것만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며 미래의 당선자에게 이 글을 씁니다.

빈곤 문제 해결은 단지 빈곤층에게 주어진 몇 개의 복지제도 개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빈곤을 발생시키는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복지는 이미 난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일에 불과합니다. 빈곤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결과입니다. 모든 것을 생산하고 돌보는 노동자가 제 몫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회, 인생을 살아가다 만나는 실직이나 질병, 장애를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에서 빈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빈곤은 현재 가난한 이들의 현실뿐만 아니라 노동, 주거, 교육, 의료 전반과 그 비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빈곤 문제 해결의 목표는 단지 빈곤층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회연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단기노동이 일상화되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너무 적은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단지 평범하게 살기 위해 죽을 듯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슬픈 것은 치열한 하루하루에 지친 사람들조차 빈곤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이해한다는 점입니다. 복지 확대를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타인의 실패에 냉혹한 우리의 모습은 내가 약해졌을 때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의 징표 그 자체가 아닙니까. 끊어진 연대야말로 실패한 사회의 결말입니다. 오랜 경쟁으로 인해 우리가 빼앗긴 것은 각자가 겪는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상상력일지도 모릅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갑자기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 않겠지요. 그럼에도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이 문제가 왜 악화될 뿐 나아지지 않는지 질문하게 됩니다. ‘낡은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은 오지 않은’ 시대입니다. 빈곤 없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며 반빈곤운동은 평등을 위한 과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꾸준히 제 몫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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