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열차의 겉과 속

이광표 서원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청

평창 동계올림픽을 얼마 앞둔 2017년 12월. 대통령 전용열차 ‘트레인 원’이 공개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KTX 경강선(서울~강릉) 시승 행사를 계기로 내부를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 전용열차 공개는 처음이었다. 전용열차는 2010년 도입된 KTX 객차 8량으로 편성되었다. 회의실과 집무실 내부 모습, 방탄처리가 되어 있다는 얘기가 보도되었다. 대통령 전용열차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고, 그래서 좀 더 흥미로운 무언가가 숨어 있을 텐데, 그날 그 이상의 얘기는 나오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이광표 서원대 교수

이광표 서원대 교수

우리나라의 대통령 전용열차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7년 제작한 객차를 1955년 대통령 전용 차량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까지 이용했다.

새로 도입된 전용열차는 일본에서 제작해 들여온 디젤전기 동차(사진)였다. 1969년 11월부터 2001년 4월까지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6명이 32년간 이용했다. 이 전용열차를 이용해 박 전 대통령은 1978년 호남선 복선 개통식에 참석했고,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충북선 복선 개통식에 참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대전엑스포 개막식에 다녀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청남대에 다녀왔다. 전용열차는 2량을 연결해 1편성으로 운행했다. 2001년 퇴역한 이 열차는 경기 의왕시 철도박물관 야외에 전시 중이다.

지난해 이 전용열차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외형은 일반 열차와 비슷하지만 내부는 판이했다. 대통령 집무실, 침실, 주방, 식당, 샤워실, 화장실, 수행원실 등 일반 열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모습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총구(銃口)였다.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안에서 밖으로 총을 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객실 하나당 운전실에 4개, 승강문에 2개, 부속실에 4개. 2량이 연결되어 한꺼번에 움직이니 모두 20개의 총구가 움직이는 셈이다. 물론 외부에서는 전혀 표가 나지 않는다. 총구들을 직접 눈으로 보니 비로소 대통령 전용열차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러나 32년 동안 운행하면서 총구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또 하나 놀라운 대목은 기관사의 운전석이었다. 차체가 높아 운전실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1층에는 주요 장치가 설치돼있고, 그렇다보니 2층은 상당히 좁고 낮았다. 의자 또한 매우 낮았고 기관사는 사실상 양반다리로 앉아야 했다. 갑자기 일어설 일이라도 생긴다면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을 것만 같다. 자세가 불안정하고 다리가 너무 피곤하면 사고 위험도 있었을 텐데…. 차량 관리원은 엔진 옆 작은 간이 의자에 앉아 엔진 상태를 늘 확인했다고 한다. 공간은 좁고 엔진소리가 시끄러웠기 때문에 귀마개로 귀를 막고 뜨거운 엔진 열을 감내해야 했다. 겨울에는 따뜻했지만 여름에는 너무 더웠다. 화려한 대통령 전용열차였지만 근무 여건은 이렇게 열악했다.

이 전용열차 2량이 곧 국가등록문화재가 된다. 어엿한 근대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전용열차는 철도박물관 경내에 전시 중이지만 관람객들이 열차 내부에 들어가 볼 수는 없다. 현역 시절엔 경호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고, 퇴역 후에는 보안과 보존 등의 이유로 내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전용열차에 관한 스토리는 절대 부족하다. 겉만 보면 보통 열차와 차이가 없어 특별한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어렵다. 철도박물관에서 더 적극적으로 자료를 찾고 조사도 해야겠지만, 대통령 관련 자료에 접근하려면 그 벽이 너무 높다. 이제 청와대도 개방하는데, 32년간 운행했던 대통령 전용열차도 내부를 개방해야 하지 않을까. 전용열차 내부에 1970~1980년대 그림도 여러 점 걸어놓았다고 하는데, 이에 관한 스토리까지 함께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