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에 봄은 왔는가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지금쯤이면 사라졌으리라 믿고 싶었던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세 번째 봄이 학교에 찾아왔다. 그런데 그 양상은 매우 다르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처음 맞는 봄이다.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 첫해 봄은 등교를 하지 못했다. 그해 2월부터 대학에서 예정된 졸업식의 행사가 취소되었고, 이후 입학식과 졸업식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개강은 했지만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고 등교수업은 거의 불가능했다. 학교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했고, 부분 등교 후 방학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등교 일수와 확진자 수가 모두 적은 국가로 기록되었다. 돌이켜보면 아쉽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두려움 앞에서 방역체계 준수와 안전권 확보가 중요했던 터라 다른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 두 번째 봄에도 부분 등교는 지속되었지만, 확진자가 많지 않아 밀집도와 거리 두기를 주의하면서 등교수업이 자연스럽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대학은 여전히 문을 열지 않았다. 학교 수업보다 비대면 수업의 비중이 높았고, 예방접종 우선 대상에도 고려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원격교육 인프라와 기술이 놀랍게 발전했지만, 대학생의 학습과 정서의 결손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수업에서 팀 학습 어떻게 할까>라는 책을 집필했지만, ‘강의실에서 팀 학습’을 할 수 있는 2022년을 간절히 소망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었다. 교육부는 지난 2월7일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학교와 지역에 맞는 현장 중심의 탄력적인 학사운영 기준 마련’을 권고하였다. 철저한 국가방역체계에서도 대단히 조심스럽게 운영해온 곳 중 하나가 600만명의 아동과 청소년이 생활하는 학교가 아니었던가.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어떻게 대처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엄청난 권한이 학교에 주어졌다.

3월 새 학년도 시작과 함께 확진자가 폭증했다. 유치원을 포함한 2만329개 학교 중 99% 이상이 등교수업을 택했고, 대규모 학생 확진과 격리 상황에서의 학교운영은 처음이었다. 확진 및 격리 학생의 비율에 따른 수업 방식이 예시되었고, 학생에 대한 대책은 그동안 경험이 있었기에 예상할 수 있는 조치들, 즉 실시간 수업 참여나 대체학습자료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문제는 교사의 확진과 격리다. 미리 특정할 수 없는 교사들이 최소 7일 이상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상황은 경험한 바 없었고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교사의 부재가 하루 이틀 정도라면 수업 시간을 조정할 수 있지만, 장기간 그리고 교사 여러 명의 수업은 원활하게 조정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학생들을 방치할 수 없다. ‘보결’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교사가 수업을 대신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수업이라기보다는 학생을 관리·감독하는 정도의 의미다.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교사 자신이 확진 또는 의심 중이어도 실시간 수업을 하거나 콘텐츠를 올리는 경우가 많고, 예측할 수 없는 동료교사 부재와 학습 결손, 업무 폭증에 고통을 분담하면서 해결하고 있다. 시간강사도 구하지만 필요하면 교장과 교감, 비교과 교사도 보결 수업을 하고, 대전에서는 지난주부터 교육청의 장학사와 학습연구년 교사들을 수업 지원에 투입하고 있다. 교직원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지만 누구든 감염될 수 있고 학생의 학습권은 중요하기에 함께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늘 그랬듯이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아수라장 같은 3월을 보내고, 확진자 수가 다소 주춤하면서 안정되고 있다. 아쉬움은 있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50만 교사의 확진과 격리에 대한 대책이 선제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었을까. 감염자가 많았던 외국의 등교수업 운영 사례를 통해서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단 이 문제만이겠는가.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적으로는 체계적인 정책 대응 능력을,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새로운 상황과 업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리더십과 운영 역량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바라는 질 높은 공교육과 학습격차 완화에 학교가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섬세한 지원 또한 필요하다.

아직 안심할 수 없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황량했던 대학 교정에도 3년 만에 학생들이 보인다. 개강 이후 조심스럽게 대면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소망하던 팀 학습도 하고 있다. 중단되었던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 그리고 ‘엠티’라는 것도 갈 수 있을까? 이제 거리 두기 대신 어깨동무를 가르쳐도 될까? 학교에 진짜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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