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사진가
Someone’s Place. 김전기. 2014

Someone’s Place. 김전기. 2014

김전기 사진가는 2007년부터 7번 국도에 관심을 가졌다. 부산 남포역에서 고성 통일전망대 휴게소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 도로다. 해안선 곳곳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다. 이곳저곳에서 미사일을 쏘아대는 형국에 철조망이 어떤 큰 기능을 하리라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동해바다를 끼고 드라이브를 하며 산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이 지점에서도 여기저기 남아 있는 전쟁의 잔재들을 볼 수가 있다. 그것이 잔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의 의구심을 주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김전기의 사진은 이데올로기의 서늘한 흔적을 더듬는다. 무심한 풍경이 때로는 키치적인데도 아픔과 서글픔을 갖게 한다. 그의 사진은 언뜻 아름다운 풍광처럼 보인다.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하게 되는 시점을 노린 것이다. 이렇듯 그의 사진은 이념의 방으로 우리를 교묘히 끌어들이고 있다.

철조망과 초소를 옆에 두고 한국전쟁 때 미군들의 핀업걸인 매릴린 먼로의 조상(造像)과 황금빛 말과 총을 겨눈 미군의 형상을 한곳에 모아놓은 것이 이채롭다. 초소 옆에 카페를 만들고 사람들은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짜릿한 낭만을 즐긴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황금빛 말에 오르게 하기도 한다. 한 세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여배우 매릴린 먼로의 도발적인 자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주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편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걱정스러운 현실을 보면서 말이다.

모래밭과 암반 앞에 펼쳐진 동해바다는 밤물결에 휘어 보인다.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김전기는 우리가 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하는 지점으로 돌아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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