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바로티, 유인원, 2022, 데이터 기반 사운드 및 혼합매체, 80x80x305cm, 대안공간 루프 설치장면. (c)Marco Barotti

마르코 바로티, 유인원, 2022, 데이터 기반 사운드 및 혼합매체, 80x80x305cm, 대안공간 루프 설치장면. (c)Marco Barotti

개인의 정보가 돈이 되는 사회에서 나는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이제는 더 이상 인터넷 화면 곳곳에 내 관심사와 닿아 있는 광고가 뜨고, 휴대폰 주위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들은 SNS가 피드 사이사이에 관련 광고를 띄우는 일상에 놀라지도 않는다.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을 만큼 개인정보 보안에 안일해졌고, 주고받는 메시지를 보호하기 위해 엔드 투 엔드 암호화를 적극 사용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나의 정보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은 불쾌한 일이지만, 그런 현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우리 삶을 공기처럼 감싸는 사이, 데이터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증가했고, 디지털 진화는 연결의 편리함을 뛰어넘어 데이터 소비, 에너지소비, 감시 자본주의, 딥페이크 같은 사회적 문제를 소환한다.

마르코 바로티가 호르스트 괴르츠 IT 보안연구소, HPI의 과학자,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하여 개발한 알고리즘은 구글 검색, 이메일, 페이스북 좋아요 등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주파수로 변환하여 움직임과 소리를 생성한다. 작가가 ‘유인원’이라 명명한 일종의 키네틱 사운드 조각은, 프로그램이 설계한 상황에 맞게 흔들리고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동물의 울음소리를 낸다. 놀랍게도 이 소리는 유인원의 울음소리를 딥페이크하도록 훈련한 AI의 음파다.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울음소리를 완성하기 위해 AI는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 어느 순간 관객은 딥페이크와 실재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침팬지가 창살을 밀고 당기듯 간헐적으로 흔들리고 울부짖는 기계 너머로, 개인정보 암호화 문제의 심각성을 설파하는 과학자, 암호학자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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