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안체 에만, 하룬 파로키, 노동의 싱글 숏, 2011~ 진행 중 ⓒHarun Farocki GbR

안체 에만, 하룬 파로키, 노동의 싱글 숏, 2011~ 진행 중 ⓒHarun Farocki GbR

침대에 누워 있는 하반신 마비 환자를 도와 휠체어에 앉히는 사람, 소의 발바닥에 편자를 신기는 사람,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 주방에서 양파를 까는 사람, 재봉틀을 닦는 사람,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 쇼핑몰에서 인형탈을 쓰고 호객하는 사람, 인쇄소에서 인쇄물을 살피는 사람, 수술하는 사람, 사제복을 입는 사람, 페디큐어를 하는 사람, 시위대를 저지하는 사람, 죽은 도마뱀을 나르는 개미. 이들은 모두 노동 중이다.

하룬 파로키와 안체 에만은 2011년부터 워크숍 형식의 프로젝트 ‘노동의 싱글 숏’을 시작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유급, 무급, 유형, 무형, 전통적인 것, 새로운 것 관계없이 그들이 선택한 ‘노동’을 1~2분 사이의 싱글 숏에 담는다. 카메라를 고정시키거나 움직이는 것은 참가자의 자유지만, 컷을 나누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때 이들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카메라에 담을 때 그 시작과 끝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노동의 흐름을 흥미롭게 기록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다.

작가는 2014년까지 하노이, 벵갈루루, 항저우, 모스크바, 베를린 등 15개 도시를 돌며 워크숍을 진행하고, 400여개의 영상을 수집했다. 대부분의 노동은 닫힌 문 뒤에서 발생하므로, 노동은 흔히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한 하룬 파로키의 말을 소환해오듯,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노동의 현장이 촘촘하게 펼쳐진다. 도시별로 구별되는 노동현장의 분위기는 노동환경이 지역사회와 얼마나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는지 상기시킨다. 2014년 하룬 파로키 타계 이후 멈췄던 프로젝트는 2017년 다시 시작되어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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