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의 15분, 1985

앤디 워홀, 앤디 워홀의 15분, 1985

“미래에는 누구나 15분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생각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 문장은 앤디 워홀의 말로 알려졌지만, 다른 이들의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덕에 계속 그 유명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기억 저편으로 밀어두었던 이 문장을 최근 본 다큐멘터리 <앤디 워홀의 다이어리>가 상기시켰다.

대중의 욕망을 읽어내는 데 탁월했던 앤디 워홀은 1985년, 음악전문 케이블TV 채널 MTV와 이 문장을 상기시키는 프로그램 <앤디 워홀의 15분>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는 부자, 유명인, 예술가, 스타 등 ‘명성’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텔레비전 안에 모았다. 이 포스트모던 버라이어티쇼는 워홀이 사망한 1987년까지 약 2년 동안 5회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코트니 러브 등 당시의 화려한 라이징 스타를 비롯해 오노 요코 같은 예술가들을 소개했다. 회당 최대 30명의 게스트가 출연해, 워홀의 진행에 따라 그가 유명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심지어 자신의 특기도 선보인다. 워홀은 게스트 인터뷰, 라이브 연주, 뮤직비디오를 현란한 카메라 움직임에 뒤섞어 구성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주고, 보고 싶어 하도록 만들 줄 아는 창작자 워홀은 대중을 흔드는 ‘명사’의 힘을 예견했고, 이용했다.

‘명사’를 좇으며 소비욕망을 멈추지 않도록 독려하는 구조는 워홀이 살았던 시대 이후 더 견고해졌다. 15분의 명성이 또 다른 15분의 명성으로 지워지는 현재, ‘명성’을 탐하는 자와 ‘명성’ 있는 자를 이용하는 자 사이에서, 당신은 그 무엇도 판단하지 말고 그저 욕망하라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세련된 ‘명사’들이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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