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재명 당대표’가 최선일까

양권모 편집인
이재명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RE100 실행,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의 난관과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주자로 부상한 김동연 경기지사가 도정 자문을 하려 남경필 전 경기지사를 만나는 장면만큼 야권의 지체된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것도 없다. 8년 전 49세 나이로 경기지사에 당선된 남경필(57)과 김동연(65)은 세대가 다르다. 남경필이 소장·개혁파 활동으로 보수정당에 신풍을 불어넣던 게 20여년 전이다. 정치적 나이로도 김동연과 남경필의 간격은 참으로 멀다. 민주당의 86세대가 “아랫세대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오랫동안 세대교체론을 독점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양권모 편집인

양권모 편집인

정당에서 존재 자체가 장강의 물결을 가늠하는 깃발이 될 때가 있다. 과거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나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존재가 그랬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36세 청년이 제1야당 국민의힘 대표가 된 것은 한국 정당의 세대교체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사건이다. 탄핵 이후 선출된 보수정당 대표인 홍준표, 황교안에 대비시켜 보면 이준석의 파격이 실감된다.

잠시 민주당이 달리 보일 때가 있었다. 26세 비대위원장 박지현이 전면에 나섰을 때다. 박지현의 정치는 이준석이 대선과 지방선거 두 번의 선거에서 보인 도발과 기성 파괴에 비해 너무도 온전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의 반감은 훨씬 강렬했다. 어쨌든 ‘이준석’을 수용하는 국민의힘과 ‘박지현’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주당 사이의 거리는 꽤 멀다. 박지현의 진퇴는 민주당에서 세대교체, 미래세대의 성장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을 증거한다.

대선에서 지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나서야 민주당은 선거 평가와 성찰 작업이 한창이다. 패인 진단도 크게 다르지 않고, 개혁과 쇄신 방향도 기실 정해졌다. 첨예하게 갈리는 건 책임 소재다. “책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문희상 고문). 대선 패배 후보가 연고도 없는 계양을 보선에 출마하고,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총괄선대위원장이 다시 당권 도전을 검토하면서 혁신은 길을 헤메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등판은 양날의 칼이다. 거대 야당의 대표 자리는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는 사정의 칼날을 방어하고, 유일 대선 주자로서 대세론을 견지해 나갈 언덕이 될 것이다. 대신 사정(査定)의 초식에는 만렙인 윤석열 정권에 수사감이 널린 야당 대표의 등장은 ‘먹잇감’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전 정권·이재명 수사와 ‘이재명 지키기’가 사생결단식으로 충돌하는 ‘정치 전선’이 다음 총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조국 시즌2’가 도래할 수도 있다. 민주당으로선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한 대여 투쟁과 대안 경쟁을 펼칠 수 없게 된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이만한 호재가 없다. 거대 야당의 방탄과 발목 잡기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프레임으로 다음 총선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코 세대교체에 친화적이지 않은 민주당이기에 회의적이지만 분출하고 있는 미래세대 역할론을 주시한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있는 친명계와 친문계 모두 2선으로 후퇴하고 내로남불과 팬덤으로부터 자유로운 새 얼굴로 지도부를 꾸려 쇄신하자는 제안이다. 물론 성장할 기회도 없었고, 세력 기반도 취약한 젊은 세대들이 기득권 넘사벽을 넘기는 역부족이다. 박지현의 경우에서 이미 봤다. 해서 미래세대가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도전할 토양은 게임의 룰이 될 수도 있지만, 결국은 이재명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이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 무난히 당선될 것이다. 이재명이 출마를 감행하면 1970~80년대생들의 도전 자체가 쉽지 않다. 결국 지도체제 변경을 통해서든, 아예 불출마를 통해서든 세대교체의 열쇠는 이재명의 결단에 달려 있다. 전당대회를 패권 다툼의 장이 아닌 가치 혁신의 장으로 전화시킬 수 있는 기회다.

1997년 대선 패배 이후 조기 등판하여 4년 내내 제왕적 총재로 군림하며 대세론을 구가한 이회창 총재는 막상 대선 재수에서 실패했다. 이재명의 당대표 도전 움직임에 벌써 ‘이회창의 길’이 운위되는 이유다.

지금으로서는 5년 후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40대 이준석, 1970년대생 한동훈, 60대 오세훈·안철수 등 경쟁군이 다채롭다. 민주당은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면 4년 내내 이재명 한 명을 보고 가야 할 판이다. 다양한 후보군이 미래 리더십으로 성장해야 이재명의 대선 재수 경쟁력도 배가된다. 민주당의 전진을 위해서도, 이재명의 대권 재도전을 위해서도, 지금은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전략적 거점을 내어주어 ‘미래’를 심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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