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삐삐밴드의 추억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 삐삐밴드의 추억

MZ세대들에게는 그들도 꼰대일지 모른다. 그러나 199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삐삐밴드는 X세대를 대표하는 펑크록 밴드였다.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괜찮으세요? 수고가 많아요/ 우리 강아지는 멍멍멍/ 옆집 강아지도 멍멍멍/ 안녕하세요? 오오 잘 가세요. 오오/ 좋은 꿈 꾸셔요. 좋은 아침이죠/ 내일 또 봅시다. 동방예의지국.”

<문화혁명>이라는 제목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안녕하세요’의 노랫말은 파격적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딸기가 좋아. 딸기가”라고 외치는 ‘딸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혁명’을 지지하거나, 손가락질하거나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룹 H2O 출신의 베이시스트 달파란과 기타리스트 박현준이 톡톡 튀는 보컬 이윤정을 영입해 결성한 혼성 3인조 그룹. 그들의 프로듀서는 원조 록그룹 사랑과평화의 멤버 송홍섭이었다. 그들의 등장은 열렬한 지지 대신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어쩌면 그들보다 앞서 나왔던 서태지와아이들보다 내용적으로는 훨씬 파격적이고 실험적이었지만 부정적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무심한 듯 연주하는 두 멤버 앞에서 ‘말괄량이 삐삐’ 같은 이윤정이 무대를 휩쓰는 퍼포먼스는 지금 봐도 신선하다.

멤버들이 교체되고 그룹명도 삐삐롱스타킹으로 바뀌는 등 부침을 겪던 이들은 어이없는 방송사고로 해체됐다. 1997년 2월, MBC <생방송 인기가요 베스트 50> 출연 도중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카메라에 침을 뱉는 방송사고를 냈다. 훗날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돌발 행동이었다고 고백했지만 당시에는 용서받기엔 어려운 행위였다.

요즘 정치권도 문화계도 MZ세대가 넘쳐난다. 아쉬운 건 그들에게서 신선한 파격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점잖은 세상을 향해 똥침을 날리는 패기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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