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심 압둘라지즈, ‘1941’, 2021, 단채널 비디오, 4분43초 ⓒAsim Abdulaziz

아심 압둘라지즈, ‘1941’, 2021, 단채널 비디오, 4분43초 ⓒAsim Abdulaziz

예멘의 고요한 사원에서 상의를 탈의한 남자들이 붉은 실로 뜨개질을 한다. 퍼포머의 몸을 타고 회색 공간을 흐르는 붉은색이 선명하다. 2014년부터 시작된 예멘 내전은 이해관계가 얽힌 강대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산되며 올해 4월까지만 해도, 멈출 수 있는 시점을 찾지 못했다. 전쟁의 막강한 파괴력과 폭력, 그 공포감에도 무감해질 만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예멘인들은 표정을 잊었고 그저 어두울 뿐이었다.

전쟁이 앗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은 어디에 깃드는가. 예멘인들이 묻어버린 감정, 그 심리를 들여다보고자 거리를 촬영하는 나날을 보내던 그는 ‘뜨개질하는 법’을 소개하는 1941년 11월24일자 라이프지의 기사를 발견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방한을 위해 미국 여성들은 손뜨개질로 양말, 목도리, 스웨터를 만들어 전장에 보냈다. 자국 군인을 위로하는 손뜨개는 미국 여성들 사이에 유행처럼 퍼졌다. 다양한 언론매체가 뜨개질 방법, 유용한 뜨개질 패턴을 소개하며 이들의 의지를 독려했고, 손뜨개 활동은 전쟁을 조력하는 우호적인 손길로 언급되며 쓸모 있는 선전효과를 낳았다.

손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면서 뜨개질에 집중하는 동안, 그들은 과거도 미래도 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마치 깨달음을 향해 가는 수행자처럼 고요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작가는 뜨개질을 하며 ‘현재’를 사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살피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에 사로잡혀 과거를 돌아보지도, 미래를 꿈꾸지도 못하는 예멘인들의 현실을 떠올렸다. 발등의 불은 다른 가능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정부, 권력자도 개인의 열정을 빼앗을 수 없건만 열정을 압도하는 현실의 무게는 희망을 억누른다. 예멘의 오늘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1941’에 담겼다.


Today`s HOT
불타는 해리포터 성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