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금융규제완화, 국회가 견제해야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윤석열 정부는 7월19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디지털화와 빅블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을 통해 우리 금융산업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플레이어, 소위 금융의 ‘BTS’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추진과제로 업계 요청을 중심으로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 36개 세부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과제들은 금융업계들의 요구를 담은 규제 완화 민원종합세트로 판단된다. 금융의 공적 역할보단 수익 논리로 점철된 업계의 요구에 방점을 두다 보니 이 과제들이 시행될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성 약화와 금융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정부가 내세운 금융규제 혁신 과제들에는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그대로 녹아 있다. 즉 금융 소비자 보호와 금융 리스크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와 원칙들을 마치 혁신을 가로막는 악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산분리 원칙과 전업주의를 현재와 맞지 않는 전통적인 규제로 바라보며, 이를 무력화 또는 철폐 대상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금융회사들의 부수 업무와 투자한도 완화는 물론, 가상자산 사업까지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어 제2의 종금사·저축은행·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들의 음식 배달·통신 판매·가상자산·유통 등 부수 업무 영위, 비금융회사 출자규제 완화 및 의결권 제한 개선, 1사 1라이선스 규제 폐지 등의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나아가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규제하고 있는 가상자산 ICO를 금융회사들에 허용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놀라운 점은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음식 배달과 통신 판매를 혁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체계도 없는 상황에서 ICO를 허용해 금융회사들이 코인 투자와 상품 판매에 나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고민도 없어 보인다. 그리고 금융규제혁신회의의 구성원도 오로지 금융업계와 이들을 대변하는 전문가들로 채웠다.

정부는 금융감독과 규제를 통해 금융시장이 건전하고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만들 책무가 있다. 이를 내팽개치고 업계의 이익만 대변해 금융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만든다면 우리 경제와 금융 소비자의 피해만 가중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지 않는다면 국회가 나서서 견제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재벌지주회사의 벤처금융을 허용한 민주당이 반성과 함께 적극 나서야 한다. 우선 구성원과 과제 선정 등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금융규제혁신회의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 원구성도 마무리된 만큼, 국민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금융규제 혁신과제를 꼼꼼하게 살펴 바른길로 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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