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어른’들의 시대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김월회의 행로난] ‘썩은 어른’들의 시대

어른은 공자가 늘 곱씹었던 화두였다. 살다 보면 자연스레 나이를 먹게 되어 도달하는 생물학적 어른이 아니라 ‘어른다운 어른’, 곧 사회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어른다움에 대하여 줄곧 관심을 기울였다.

나름 알려진 “나이 서른에는 스스로 섰고 마흔엔 미혹되지 않았으며 쉰에는 천명을 알았다. 예순에는 들음의 평정을 얻었고 일흔에는 마음 가는 대로 행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언급 외에도, 공자는 “나이 마흔, 쉰이 되어서도 그 이름이 칭해지지 않는” 어른은 두려워할 만하지 못하다고 잘라 말했고, “장성해서는 남들에게서 일컬어지는 게 없고 늙어서는 죽지 않고 있으니 이는 도적일 뿐”이라며 친구 원양을 호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들고 있던 지팡이로 원양의 정강이를 때리기까지 했다. 평생 임금은 임금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한다고 일깨웠던 공자였던지라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보는 순간 솟구치는 화를 주체치 못했음이다.

공자뿐 아니었다. 그의 학설을 창의적으로 이어받은 순자는 물론이고 그의 학설에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던 장자도 어른답지 못한 어른에 대해서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했다. 순자는 “공부를 함에 자신은 늙고 자식이 다 자라도록 어리석은 자와 다름없거나 심지어 자기 잘못조차 알지 못하는” 이를 ‘망인(妄人)’, 곧 망령된 자라고 비판했다. 장자는 한술 더 떠 “나이가 많으면서도 세상사 이치와 경중을 뒤에 올 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선배가 아니다. 사람이면서 선배가 되지 못한다면 그에게는 사람의 도가 없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사람이면서 사람의 도를 지니지 못한 사람”을 ‘진인(陳人)’, 곧 썩은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여기서 선배는 어른의 다른 표현이다. 청년이 된 이후로는 누구나 다 선배이다. 청년은 청소년의 선배이고 중장년은 청소년과 청년의, 노년은 모든 연령대의 선배이다. 곧 어른은 모두 누군가의 선배이다. 그렇게 모두가 어른임에도 어른답지 못하면 사람들로부터 도적, 망령된 사람, 썩은 사람으로 치부되고 만다.

그러니 나라에 어른답지 못한 어른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도적의 나라, 망령된 나라, 썩은 나라가 되고 만다. 두렵고도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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