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납시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세계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에서 올해 미슐랭 가이드에 별을 받은 한식 레스토랑은 모두 9곳이었다. 작년까지 6곳이었는데 3곳이 늘었다. ‘주막반점’ ‘마리’ ‘오이지 미’가 새롭게 원스타를 받았다.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을 뜻하는 미슐랭 빕구르망과 더 플레이트까지 합치면 18곳에 이른다. ‘주막반점’ ‘꼬치’ ‘제주누들바’ ‘통삼겹구이’처럼 친숙한 우리말을 레스토랑 이름으로 내건 곳도 적지 않다.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권은중 음식 칼럼니스트

뉴욕에만 미슐랭에 등재된 한식당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미슐랭 가이드는 벨기에, 스웨덴, 브라질 등 전 세계의 미슐랭 한식 레스토랑 7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식은 핫하다.

한식의 인기는 검색 엔진인 구글 사용자의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를 봐도 알 수 있다, 구글 트렌드는 검색이 가장 활발할 때를 100으로 놓고 시간 경과에 따른 검색어의 인기도를 보여준다. ‘한식’(Korean food)은 전 세계에서 2015년 전까지 50을 넘지 못했다. 2020년에도 70대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한식의 인기도는 최근 급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식은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가장 관심도가 높았으며 미국은 10위였다.

[음식의 미래] 한식 납시오

글로벌 음식 잡지인 ‘셰프 펜슬’(Chef’s Pencil)은 올해 2월 기준으로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서 한식이 이탈리아, 인도, 일본 음식에 이어 4번째로 가장 많은 해시태그를 보유하고 있다고 집계했다. 지난해에도 한식은 4위였다.

세계인의 관심에 힘입어 한국의 식품 수출은 2021년 전년 대비 15% 증가한 115억달러였다.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가장 많이 수출된 식품은 라면·김치·인삼이 아니라 김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2010년 약 1억달러였던 김 수출액은 2021년에는 7억달러로 증가했다. 김에 기름을 발라 구워 먹는 특유의 조리법 덕분이기도 하지만 기후 위기의 주범인 탄소 발생을 막는 해조류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덕분이기도 하다. 한식이 바비큐·김치같이 독특한 풍미로 세계인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면 이젠 좀 더 심화된 경험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외국인들이 한식에서 원하는 경험은 ‘짜파구리’나 ‘달고나’ 같은 한류의 후광에 힘입은 일회적 즐거움에 머물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9월 말 한국을 제대로 느끼려면 서울·부산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시골로 가서 한국 문화의 정수인 사찰과 한국음식문화의 유산을 지키고 있는 60대 여성의 음식을 맛봐야 한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음식의 미래] 한식 납시오

올해 6월 조앤 리 몰리나로(한국명 이선영)의 <코리안 비건>이 ‘음식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을 받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한국 요리가 바비큐와 생선조림뿐 아니라 된장, 고추장, 다시마처럼 식물 중심의 건강한 요리이며 아주 오래된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식의 이런 멋진 스토리가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한식은 파스타나 카레처럼 세계인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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