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고난 시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고난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2023년 영·유아(만 0~5세) 수는 전년 대비 14만8000명이 적다. 2022년 17만9000명, 2021년 17만2000명 등 최근 3년 동안 심각한 영·유아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1월30일 교육부는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2019년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영·유아 수를 발표했지만 최신자료인 2021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영·유아 수는 40만3000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집권 마지막 해인 2027년 영·유아 수는 146만4000명으로 집권 1년차인 2022년 186만7000명에 비해 21.6%의 영·유아가 줄어든다. 최신자료(2021년 자료)가 있음에도 2년 전 자료(2019년 자료)를 사용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린이집 현황 통계가 발표된 2021년 한 해 동안 가정어린이집은 2020년에 비해 2545곳이 줄었다. 전체 어린이집 감소율이 6%이지만 가정어린이집은 10%, 민간어린이집은 8%의 감소율을 보였다. 어린이집이 가장 많았던 2014년에 비하면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2만3318곳에서 1만3891곳으로 40%의 가정어린이집이 폐업했다.

국공립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은 오히려 늘어났다. 유치원의 감소율은 심각하지 않지만 공립유치원은 증가한 반면 사립유치원은 전년 대비 130개원 폐업을 했다. 3.5%가 감소했다. 영·유아 수 감소의 태풍을 가정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이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 어린이집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2023년은 유치원의 유아(만 3~5세) 모집의 최악의 해가 될 것이다. 2023년 유치원에 입학하는 만 3세 유아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 6세 어린이에 비해 11만1000명이 적다. 국공립유치원 학급당 유아 수가 평균 16명인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수치로 줄어들면 약 7000개의 학급이 주는 것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영어유치원과 같은 고급 사립유치원과 국·공립 유치원을 제외하면 유아 모집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의 경우 병설유치원도 유지가 어렵다.

유보통합 이야기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영·유아 수 절벽 시대에 생존 문제가 걸린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성장기에는 서로 다른 이해의 충돌로 유보통합의 논의가 좌절되었다.

지금 제대로 된 유보통합을 통해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없으면 집 근처의 어린이집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게 된다. 동네 어린이집이 줄어들면 0~2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부모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유보통합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출생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유보통합 논의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특수교육대상 영·유아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특수교육통계(교육부)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 영·유아가 8607명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추진 방안’ 어디를 봐도 특수교육대상 영·유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금도 특수교육대상 영·유아 가정에서는 영·유아들을 돌보아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찾기가 힘들다.

다행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찾았다 하더라도 방과후 활동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 현재의 방과후 운영 방식으로는 소수의 특수교육대상 영·유아를 위한 방과후 활동 개설은 쉽지 않다.

누구보다 돌봄지원이 필요한 특수교육대상 영·유아들에게 제대로 된 돌봄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수교육대상 영·유아들이 많이 가는 여러 치료실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많다.

이번에 교육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 추진단에서는 별도의 전문분과를 두어 특수교육대상 영·유아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국가가 특수교육대상 영·유아들에게 필요한 개인별·맞춤형 방과후 활동을 제공하고 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식의 지원 시스템이 간절하다. 눈물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정말 위로가 되는 돌봄 시스템이 생기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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