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 목사·시인
[임의진의 시골편지] 붕어빵 성찬식

우울한 시절엔 달달한 빵이 명약이야. 방금 구운 빵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비싼 빵은 그림의 떡. 요샌 커피집마다 빵들을 놓고 팔더구먼.

가격표를 보니 어마무시. 누가 사주면야 먹지, ‘내돈내산’으로 먹방을 찍으려다간 기둥뿌리 뽑히겠어. 붕어빵이 그나마 저렴하고, 내 주제 분수 또 수준에도 맞다. 붕세권이라고 해서, 역세권 숲세권 말고 붕세권도 있는 모양이다. 붕어빵 노점상이 있는 근처에 사는 당신 참말 복 받은 줄 아슈. 팥소(앙꼬는 일본말)도 맛나지만 ‘샤르르르 샤라라라’ 녹는 슈크림도 맛나더라.

입춘이 지났건만 아직은 조석간 춥고, 꽃샘추위도 두어 번 기승을 부릴 듯해. 추울 땐 당신 호주머니에 손 넣고 만지작거리면 금세 따뜻해지겠지만, 애들이나 그러라 하고. 나는야 붕어빵 봉지에 남은 온기라도 감지덕지 인생이야.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에 대고 높은 수준의 위생을 따지는 일은 가혹한 처사 같아. 호프집에 떠도는 농담이 하나 있는데, 손님이 맥주잔 속에 파리가 한 마리 빠졌다며 사장을 불러 호통. “이 가게는 위생이 엉망이로군요. 파리를 그만 삼킬 뻔했소.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거요?” 사장이 대답하기를 “손니임~ 파리가 술을 마시면 얼마나 많이 마시겠어요. 숟가락으로 건져서 버리시고요 나머진 마음껏 즐기세요. 파리가 마신 만큼은 다음 주문 때 가득 따라드립죠”. 와~ 이 사장님 질린다 질려.

우리들 길거리 붕어빵으로 오병이어 성찬식을 나누었던 기억. 그런 친구(들)에게 심심하면 이단, 혐오 딱지를 붙이며 쏘아들 댔지. 가진 것도 많고 누리는 것도 많으면서. 그저 따뜻한 건 손에 들린 붕어빵뿐인 여인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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