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정부의 ‘체계적 관리’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올해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가 약 11만명이다. 역대 가장 큰 규모이고, 6만9000명 수준이었던 작년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한국 사회의 외국인력 수요를 고려한 것이지만, 이렇게 도입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리와 처우보장도 중요하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의 개선 방향을 지적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해명하면서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력(E-9) 활용의 모든 과정을 공공부문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제도와 비교하면서 ‘고용허가제는 중앙정부 간 MOU 방식을 통해 외국인 구직자 선발, 입국에서 사업장 배치 및 체류지원, 귀국까지 일련의 과정을 공공부문(지방고용노동관서 및 산업인력공단, 송출국 공공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용허가제 주무부처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하기에는 현실과의 괴리감이 너무 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에게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이므로 외국인 노동자는 처음부터 자발적인 구직활동을 전혀 할 수 없다. 노동부가 제공하는 사업장 정보에 의존하여 취업을 지원하고, 회사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하면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독점적으로 소개하는 노동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 무엇일까? 간단하다. 외국인 노동자도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소개하면 된다. 외국에서 삶터를 옮겨 와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숙소는 잘 갖추어져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월급과 퇴직금을 도둑맞지 않고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인지 확인해야 한다. 월급을 떼먹는 사업장은 동네 직업소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소개할 때도 걸러주는 것이 예의다. 노동부에서 소개한 사업장 정보만 믿고 외국인 노동자가 취업을 하기 때문에 사업주가 제공한 정보에 거짓 정보는 없는지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점검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사업주에게 신속한 개선과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빠른 시간 내 새로운 일자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일할 수 있도록 했다면, 최소한 그 기간 동안 외국인 노동자의 잘못이 아닌 공공기관의 잘못으로 일을 못했다면, 휴업급여를 지급해 소득을 보전해주어야 한다. 이 정도는 해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2020년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의 사망이 업무와 관련된 ‘산재’로 판단했다. 여주의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노동자는 3년10개월 동안 일하고 월급과 퇴직금 3300만원을 받지 못했는데, 결국 돈을 받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소송을 하는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일을 하면 불법체류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노동부는 건강보험과 임금체불 대지급금 제도조차 적용되지 않는 영세한 개인사업자에게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유입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지금 노동부가 정말 제대로 된 ‘체계적 관리’를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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