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월세지원까지 줄이며 뭘 하고 싶은 걸까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지난 8월21일, 중앙정부의 청년월세지원사업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2027년까지 계획되었던 정책이 시행 1년 만에 영문도 모르게 폐지된 것이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30대 미만 청년 1인 가구는 본인이 주거급여 수급 자격이 있더라도 부모나 형제자매가 자격이 없을 경우에는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월세가구 비중이 다른 계층에 비해 월등히 높은 청년 1인 가구를 배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청년월세지원사업은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고자 추진된 것으로, 서울·대전·세종 등 다수의 지자체도 함께 확대하는 흐름이었다. 심지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1년도에 서울시 월세지원 규모를 4배 이상 확대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정당의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청년정책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청년기본법’의 제정 취지 및 ‘제1차 청년정책기본계획’에 명시되어 있는 청년정책의 목표는 청년들이 사회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인 격차를 줄이고 온전하게 자립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데 있다. 저성장과 양극화 시대에, 아파트를 물려받기는커녕 월세살이를 하며 등록금이나 취업준비 비용 역시 국가로부터 대출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해야 하는 청년들이 대다수이다. 같은 20~30대라 해도 재벌집 막내아들과 보통의 청년이 같은 정책의 대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청년’이라는 언어적 기표만 남아 정책의 취지, 대상, 목표가 모두 모호해졌다.

일상을 위협하는 문제를 제대로만 바라본다면 지금 정부가 손을 뻗어야 할 청년들을 명확하게 찾을 수 있다. 깡통전세·전세사기로 평생 모은 목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들이 있다. 팬데믹의 후폭풍으로 불안한 고용 시장에서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저임금 비정규직 청년들도 있다. 이 와중에 월세 부담이 큰 청년 세입자마저 외면한다면, 도대체 어떤 청년을 응원하겠다는 것일까. 주 69시간씩 일해도 괜찮다며 근로기준법을 손보겠다는 이야기 말고는 제대로 논의된 정책조차 없다.

현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지난 정부의 정책 예산 일부를 조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떠한 예고나 설명도 없이 덜컥 정책을 폐기하고, 그렇게 아낀 예산을 통해 어떻게 청년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조차 부재한 현 상황은 너무나 안타깝다. 2020년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이제 3년차에 불과한 청년정책이기에, 초기 계획이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리고 성과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었어야 한다. 하기야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나 성인지 예산, 독립운동가 흉상까지도 송두리째 사라지는 시대에, 청년들의 미래 따위를 묻는 것은 세월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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