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소득분배율 수정의 맥락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화제의 드라마 <무빙>에 등장하는 초능력자 부녀는 치킨집을 운영한다. 아빠는 닭을 튀기다가 주문 전화를 받고 오토바이를 탄 채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 때로는 여고생인 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훗날 종업원을 한 명 고용하여 짐짓 사장답게 꾸짖기도 한다. 치킨집에서는 닭이나 밀가루 등의 재료를 사와서 프라이드 치킨으로 만들어낸다. 당초 재료의 가치를 능가하여 덧붙여진 가치라는 의미에서 부가가치가 생산되었고, 그 부가가치는 생산과정에 참가한 이들이 나눠 갖는다. 부가가치는 노동을 제공한 이가 가져가는 노동소득과 기계설비 등 자본을 제공한 이가 가져가는 자본소득, 두 가지로 이루어질 것이며, 각각이 차지하는 비중이 노동소득분배율, 그리고 자본소득분배율이다. 노동소득이 임금이라면 자본소득은 이윤이라 부르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데 온종일 뜨거운 기름에 닭을 튀겨내고 급할 때는 배달도 하는 치킨집 사장님의 소득은 자본소득(이윤)일까 노동소득(임금)일까? 어쨌거나 돈을 들여 투자를 했고 때로는 알바생도 고용하므로 자본소득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원론 교과서 맨 앞에 나오는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더라도 스스로의 “고통과 수고”에 대해 지불되는 몫은 분명 노동소득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노동소득이고 어디서부터 자본소득일까?

하나의 방법은 어쨌거나 “영업을 해서 남긴” 돈이니 모조리 “영업잉여”로 간주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요컨대 치킨집 사장님의 소득은 모두 자본소득이며 글자 그대로 “사장님”의 소득인 셈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자영업자 비중이 여전히 매우 높은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마뜩잖은 구석이 있다. 만약 전체 자영업자에게 돌아가는 소득이 증가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은 감소한다.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자영업에 위기가 닥친다면,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역설도 성립한다.

또 다른 방법은 치킨집 사장님이 가게를 접고 어딘가에 취업을 하면 벌 수 있을 소득만큼은 노동소득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기회비용이다. 만약 그 기회비용이 200만원이라면, 사장님 소득 중에서 2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만 자본소득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치킨집 경영이 너무 어려워져 사장님이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벌면 어떻게 하는가? 기회비용만큼도 벌지 못하는 사장님의 자본소득분배율은 마이너스가 된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스스로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경제에서 일어난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나오는 대안들이 아예 자영업자 소득을 임의의 비율, 가령 절반은 노동소득, 나머지 절반은 자본소득으로 분할하여 계산해주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얼핏 자의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앞에서와 같은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고, 실제로 국제적으로도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는 경제학자들이 많이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던 2010년대 초반, 한국에서는 누군가에게 고용된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소득분배율을 자영업에 그대로 적용하여 일관성 있는 통계를 만드는 방법도 제안되었다. 예를 들어 그 비율이 70%라면, 치킨집 사장님 소득 200만원 중에서 70%인 140만원은 노동소득이고 나머지 60만원은 자본소득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으로 조사한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세와 나머지 대안적 방식들로 측정한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세가 뚜렷이 다르다는 점이 지적된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다. 작년 6월 한국은행은 마침내 “현행 ‘노동소득분배율’ 명칭은 자영업자의 노동소득이 포함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피용자보수비율”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낸다. 공무원 뺨치게 관료주의적인 조직으로서는 저간의 사정을 최대한 충실히 반영한 진술이라 생각된다.

전 정부의 이른바 통계조작에 대해 감사원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한술 더 떠 노동소득분배율 수정이 소득주도성장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한 통계의 왜곡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 아무리 불나방처럼 권력을 좇는 정치의 세계라 하더라도 모름지기 진리를 추구한다는 학문 세계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이에 대해 침묵했던) 한국은행의 직무유기” 운운하는 것은 절망적인 일이다. 정말로 모르는 것이라면 지적으로 겸손해지면 될 일이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기 위해 아예 귀를 닫는 것이라면 어찌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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