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고 전시회 초대권 받자!

우리, 존재선언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한 남성이 한 여성의 목을 졸라 제압한다. 사람의 세계에서는 수긍될 리 없는 상황이, 그 남성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고 그 여성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조건에서는 ‘적법 절차’가 되어버린다. 가혹행위를 금지하고 여성을 단속할 때는 여성 직원이 포함되도록 하는 규칙이 있어도 ‘불법’을 단속한다는 명분이 모든 상황을 정당화한다. 20년 전 만들어진 고용허가제 아래 이어진 일이다.

고용허가제는 인력이 부족한 업종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보내는 나라가 한국어시험과 기능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의 명단을 한국에 주면, 고용 허가를 받은 사업주가 명단을 보고 사람을 고른다. 선택된 사람은 한국으로 들어와 이주노동자가 된다. 단 체류 기간이 제한되어 있다. 첫 계약은 3년, 최장 9년8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정주는 금지된다. 반드시 떠나야 한다.

고용허가제는 도입부터 이주노동자 추방과 동시에 이루어졌다. 2003년 7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부는 대대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일한 지 3년 넘은 이주노동자는 모두 나가라. 매서운 단속보다 먼저 사람의 생명이 식어갔다. 단속이 두려워서, 출국당하는 상황이 서러워서, 숨어 피하려다, 공장에서 바다 위에서 컨테이너 박스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숨이 멎었다. 자본은 권리 없는 노동자가 필요했고 정부는 2004년 끝내 고용허가제를 시행했다. 합동단속이 반복될 때마다 누군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 죽음들은 단속 과정에서 시작된 죽음이 아니다. 고용허가제는 사람을 데려와 사람으로 살기 어렵게 만드는 제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다.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지가 고용주에 달렸다. 동의해주지 않으면 견뎌야 한다. 위험도 멸시도 괴롭힘도 과로도, 때론 임금체불과 폭력도. 이주노동자는 계약된 사업장을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가 금지한 강제노동이지만,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헌이라 했다. 사람답게 살려면 ‘불법’이 되는 수밖에. 고용허가제는 인력은 들여오고 사람은 내쫓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는 인력을 더 많이 데려와 이주노동자를 더 많이 부리고 사람은 더 많이 내쫓는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올해 초 법무부는 향후 5년 ‘불법체류 외국인’을 20만명 이상 쫓아내겠다고 밝히더니 7월에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2만명 이상”을 단속했다고 실적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11월에는 “조선업 생산인력 1만4359명 투입”을 신속하게 해냈다고 치적을 뽐냈다. 고용허가 규모와 사업장을 대폭 늘린다는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 따른 것이다. 고용허가제가 더욱 ‘킬러’가 되는 중이다.

목이 졸리며 끌려갔던 여성의 자리로 돌아가본다. 그녀는 왜 저항할 수 없었을까. ‘불법’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체념하는 순간 우리는 고용허가제에 함께 지고 만다. 그녀는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에 앞서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이다.

‘불법’의 자리에 사람으로 등장하여 존재를 선언한 이들이 있었다. 2003년 11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자진출국과 단속추방 중 선택하라는 정부 방침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쳤다. “불법 불법 하지마라 하지마라!” “노동비자 쟁취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 언제든 잡혀갈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보이는 사람이 되기로 결단했다. 숨죽이는 대신 숨 쉬는 사람이 되기를 선택했다. 그때의 투쟁을 기록한 전시회 <존재선언>이 열리고 있다. 사람의 자리를 여는 존재선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듣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존재선언은 한결같았다. “우리도 사람입니다.” 나는 이 말을, 사람으로 ‘우리’ 되자는 뜻으로 읽는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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