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시상식 시즌이다. 각 분야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기억하고 기념할 상찬을 나누는 자리가 이어진다. 책과 출판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발은 대개 대형 온라인서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올해의 책 투표 이벤트인데, 수십만 표에 이르는 수효의 의미는 크지만 책을 판매하는 곳에서 주관하는 인기투표 성격에 가까워,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한 도서가 선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한편 오프라인 서점 중심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는 매해 11월11일 서점의날을 앞두고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작가’를 발표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서점을 방문한 사람이 해당 분야의 좋은 책을 골라달라고 할 때, 서점인은 어떤 이유를 들어 그 책을 추천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크게 다르지 않은 온라인서점 사이의 올해의 책 투표를 어떻게 함께 진행해 더 큰 의미의 확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논의한 적이 있는데, 온·오프라인 서점 전체가 주목하고 알리고 싶은 책을 선정할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서점발 화제작과 추천작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점을 벗어난 올해의 책 가운데 권위와 전통의 맥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은 바로 한국출판문화상이다. 1960년부터 이어져 가장 오래된 출판상의 역사를 갖고 있고, 저술(학술·교양), 번역, 편집, 어린이·청소년 분야 등 총 5개 부문에서 1종씩 선정하여 500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오른 도서 목록과 선정 이유 등이 상세히 공개되는 터라 출판계 안에서 신뢰와 명성이 높다. 역사는 짧지만 근래 관심을 모은 상으로는 올해 6회를 맞은 롯데출판문화대상이 단연 눈에 띄는데, 대상 1종에 상금 5000만원으로 저작자와 출판사에 절반씩 수여하고, 일반출판과 번역출판 부문으로 나뉘는 본상도 상금이 2000만원이라 규모에서 기타 출판상을 압도한다. 여기에 더해 출판외길 부문 등 사람이나 단체에 전하는 공로상 부문까지 아울러 ‘출판문화대상’이라는 명칭에 부응하는 내용을 충실히 갖췄다. 발행일에 관계없이, 그러니까 올해의 책을 넘어 후보 자격을 넓게 둔다는 점도 흥미롭다.

책이 아닌 출판인에게 수여하는 상도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우선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주관하며 올해 23회째를 맞은 올해의 출판인상으로, 그야말로 올해의 화제작 <도둑맞은 집중력>을 펴낸 어크로스 출판사 김형보 대표가 수상자로 확정된 본상을 비롯해, 젊은출판인상, 편집부문상, 마케팅부문상, 디자인부문상 등 출판 각 분야에서 문화, 산업적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선정하고, 점차 그 가치가 드러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편집과 교정교열이 뛰어난 도서를 따로 꼽아 우수편집도서상도 시상한다. 이에 더해 지난해 처음 시작된 한국출판편집자상은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서 주관하며 “출판문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편집 기획자”에 주목하는데, 출판계에서 15년 이상 재직한 이를 대상으로 뚜렷한 편집관을 갖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온 사람, 가치 있고 오래 읽히는 책을 만든 사람 등이 심사 기준이라 ‘장인정신’이 크게 반영된다 하겠다.

관련 상을 일별하니 규모와 분야가 모두 확장되는 흐름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일시적 결과로서 출판산업의 상황과 달리 도전과 시도의 과정으로서 출판은 여전히 역동적이라는 긍정적 신호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 과제는 업계 내에서의 상찬을 넘어 각 상의 의미와 역할을 독자 다수에게 전하고 나누는 과정일 터, 이번에 수상한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수상의 영예를 안은 출판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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