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e와 원전의 3배 확대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다. 90여개 의제가 다뤄지는데, 핵심은 ‘파리협정 이행점검(GST)’, ‘재생에너지(재생e) 확대’, ‘피해와 손실기금’에 관한 건이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인 우리나라의 이행점검 결과는 기대할 게 별로 없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 등에 관한 국제적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의 에너지 전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재생e 목표를 줄인 유일한 국가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참여국 118개국이 서약한 2030년까지 재생e의 발전량을 3배, 효율을 2배 올리기로 한 협정문이 총회에서 채택될지 여부다. 우리 정부도 서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전의 발전량을 3배 늘리기로 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에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 정부는 재생e로만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보고 기술중립 측면에서 무탄소 원전 활용을 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는 정부 입장이 이율배반적이다. 올 1월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30년 재생e의 비중을 30.2%에서 21.4%로 낮추고 원전 비중을 23.4%에서 32.4%로 올렸다. 이에 따라 재생e 관련 예산(2024년)은 40% 이상 줄고(원전 예산 15배 증가), 신규 재생e 설치량(2023년 2.7GW 예상)도 최고점(2020년 5.5GW) 대비 반토막이다. 이는 에너지 투자의 80%가 재생e로 집중되고, 재생e가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원전 1%) 세계적 추세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e 3배 확대에 함께하기로 한 것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3배로 늘리기 위해서는 재생e 정격용량을 2023년 32.8GW에서 2030년 98.4GW로 높여야 한다. 매년 약 9.4GW의 시설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현재 연간 설치량의 3.5배에 해당한다.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시장 구조개편,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전력망 확충, 수요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친원전 기조의 정책하에서 재생e를 위해 제도와 재원의 배분을 이 정도로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재생e 3배 약속’은 그린 워싱(green washing)용이 될 수 있다.

한편 원전의 시설용량을 3배 늘리는 것은 현재 25기 원전을 75기로 늘리는 것이 된다. 원전 발전량이 3배로 늘어나면 전체 발전량의 90% 이상이 원전으로 채워질 것이니 재생e 3배 확대는 불필요한 이중 투자로 전락할 것이다. 원전의 무탄소를 신봉하는 입장에서는 원전이 재생e의 대체재가 된다고 보니 투자를 더욱 꺼릴 것이다. 그러나 세계 평균(전체 발전량에서 9.8%)의 3배 규모인, 지금의 원전을 3배로 늘리는 것은 천문학적 투자비, 방사능 폐기물의 기하급수적 증가, 엄청난 위험비용 등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다.

재생e와 원전 사이엔 제로섬 관계가 있다. 원전이 재생e보다 싸지만 모듈 가격 하락, 기술 발전, 규모의 경제 실현 등으로 재생e의 패리티 그리드(parity grid)가 임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시점에서 원자력의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수명연장을 통한 장기운영을 제외하면 태양광이나 육상풍력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도 2028년 전후로 일부 재생e의 가격이 원전보다 싸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다. 따라서 2030년경까지는 원전이 쌀지 모르지만 이후엔 고비용의 에너지가 되어, 그에 대한 의존도가 클수록 국민경제의 부담은 더 커진다.

저렴한 재생e가 기저전력으로 들어오면 출력 변동에 따른 유연한 전력 공급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전은 수시로 출력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재생e의 확대와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원전을 줄여가야 한다. 재생e가 늘면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원전의 출력을 줄여 운전하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은 연결 에너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원전이 무탄소인가에 대해선 근본 물음이 필요하다. 건설, 운영, 해체 등의 경로를 통해, 원전은 100년간 78~178g-CO2eq/kWh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재생e 발전 증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원전 대비 7배나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원전 대신 재생e로 발전할 경우 64~102g-CO2eq/kWh의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다 한다. 무탄소란 이유로 원전이 재생e를 대신하려는 생각은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18대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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