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용도 품목 수출규제’ 셈법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한국유럽학회 부회장

최근 유럽연합(EU)은 민간 및 군사 목적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dual-use)’ 기술 상품의 수출 허가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7월15일, 이중용도 품목 수출규제 강화를 위한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 새로운 이중용도 품목 수출규제 규정은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 규정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앞으로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레이저 등 신기술 분야의 이중용도 품목을 수출할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수출허가 기업은 해당 기술이 전용되지 않도록 실사의무를 부과받는다. EU는 이번 규제 강화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인권침해, 테러리즘 등 국제 안보 위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의 이중용도 품목의 통제 목적은 첫 번째가 보호무역으로 침체된 역내 교역 활성화이고, 두 번째가 제3국으로의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이다. 이 규정에는 이중용도 품목의 역내 수출 강화를 통해 국제 경제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었다.

이 규정은 이중용도 품목 수출의 엄격한 통제와 모니터링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 협력의 증진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최신 기술의 전이와 혁신을 통해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을 높이려는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유럽 기업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민간 분야에서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꼽힌다. 유럽 기업들은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 확대를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도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미국 상무부는 2023년 11월1일(현지시간) 이중용도 품목 수출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안보수출법(NDAA)’을 통과시켰다. 개정 NDAA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도 앞으로 AI, 첨단 반도체, 레이저 등 신기술 분야의 이중용도 품목을 수출할 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수출 허가 기업은 EU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기술이 전용되지 않도록 실사의무를 부과받는다. 미국은 이번 규제 강화로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국가로의 이중용도 품목 수출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할 예정이다.

EU와 미국의 이번 규제 강화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첨단 기술을 군사 목적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몇년간 이중용도 품목의 수입을 급격히 늘려왔다. 미국의 이번 규제 강화는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억제하고,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12월1일 이중용도 품목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외국무역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억제하고, 미국과 EU의 기술 우위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중용도 품목 수출규제로 수출 감소, 수출 비용 증가 등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전자, 자동차 등 이중용도 품목 수출이 많은 국가다. 이번 규제 강화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정부의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한국유럽학회 부회장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한국유럽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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