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작은데 왜 이리 말이 많은가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 입은 작은데 왜 이리 말이 많은가

몸은 장독대이다(<노름마치>, 진옥섭). 심장, 간장, 비장, 폐장, 신장, 소장, 대장 등의 장기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 무심코 던진 돌멩이 하나에 항아리 쉽게 깨지듯 한마디 말에 얼마나 상처 입는 마음인가. 그러니 저 ‘장’자 돌림의 오장육부를 안고 있는 사람의 몸을 장독대라 표현한 건 참으로 절묘하다.

얼굴은 ‘얼의 굴’이다(다석 유영모). 굴은 좁아서 한 글자씩 겨우 산다. 눈, 코, 귀, 뺨, 턱, 입. 이런저런 꼬리 없이 단정한 한 세계들. 그래서 힘이 더욱 세다. 입을 드나드는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혀, 이, 밥, 국, 찬, 물, 술, 숨 그리고 말.

식물은 입이 없지만, 외부에서 먹이를 구해야 하는 동물은 입을 구비하고 이빨을 장착해야 한다.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누구나 엄연히 가지고 있는 스무 개가 훨씬 넘는 이(齒)에 대해 오래된 생각이 있다. 이 하나하나는, 묵묵한 귀가 그러하듯 누가 푹 꽂아놓고 자루만 달랑 들고 가버린 삽과 비슷하더니 나이가 제법 들고부터 묘비석하고 아주 흡사하게 보이더라는 것. 봉분을 완성하는 마지막 도구인 삽과 밥을 뜨는 숟가락은 매우 닮았다. 그러니 삶이 죽음을 잉태하듯 모든 존재란 입안에 무덤을 늘 조성하는 중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리라.

이 하나 빠져도 말이 헛나오는 건 누구나 익히 경험하는 바다. 많이 먹느라 이가 닳고 그래서 말이 뭉개지는 것 또한 당연지사다. 말은 거울로는 볼 수 없는 목구멍 저 너머와 관련이 있다. 인간만이 말을 하게 된 건 직립하면서 그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니 몸의 가장 변방인 발바닥과 말이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겠다. 깊은 말 하나 얻으려면 발을 제대로 부리고 멀리 돌아다녀야 한다.

입에 거품 물고 말로 발버둥쳐야 하는 선거가 코앞이다. 말을 짓는 공장인 입에 대해 생각해 본다. 먹는 일과 말하는 행위가 같은 장소를 사용하는 건 무슨 함의일까. 언제부턴가 우리를 둘러싼 소리의 대부분이 기계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우리는 그런 곳에 살고 그렇고 그런 자들이 마이크를 장악했다. 육성이 아닌 건 말이 아니고 효과음에 불과하다. 시끄럽다! 그나저나 모니터 속 일인분의 그대들, 그 조그만 입으로 왜 그리 말이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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