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바둑, 또 다른 이름 ‘수담’

엄민용 기자

지난주 국내 스포츠계는 바둑 뉴스로 출렁거렸다.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과 일본의 최강자들을 연거푸 꺾고 한국에 우승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신 9단은 바둑 실력이 인공지능에 버금간다고 해서 ‘신공지능’으로 불린다. 하지만 혼자 중국과 일본의 최강자 6명을 연이어 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05년 ‘국보급 기사’로 불리는 이창호 9단이 이 대회에서 홀로 5연승을 거두며 한국에 우승을 안긴 일이 마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올 정도다. 그때 세운 이 9단의 기록들을 신 9단이 모두 갈아치우며 한국을 세계 바둑 최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바둑’은 순우리말이다. 하지만 어원은 분명치 않다. 한자로 쓸 때는 주로 ‘棋(기)’를 쓴다. ‘棋’ 말고 ‘碁(기)’도 있지만, 碁는 일본에서 주로 쓰인다. 이 碁를 일본 발음으로는 ‘고(GO)’라 하고, 일본이 오래전부터 세계에 바둑을 알려온 까닭에 서양에서는 대부분 바둑을 ‘고’로 부른다. 구글이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며 유명해진 인공지능에 ‘알파고(AlphaGo)’란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알파고는 이름 그대로 ‘최고의 바둑’을 의미한다.

바둑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즐겨온 놀이로, 바둑 용어인 무리수·자충수·강수·묘수 등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두루 쓰인다. 이런 말들의 ‘수’는 한자 ‘손 수(手)’다. 바둑이 손으로 하는 놀이이니 당연하다. 이 때문에 바둑을 “서로 상대할 때 말이 없이도 의사가 통한다”는 뜻에서 ‘수담(手談)’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 바둑 용어로 “한 수만 더 두면 상대의 돌을 잡아먹을 수 있다”는 의미의 ‘아다리’는 일본말 찌꺼기다. 우리말로는 ‘단수’가 바른 표기다. “어떤 틀이나 기대했던 바에 딱 들어맞다”는 의미로 쓰는 ‘아다리가 맞다’ 역시 ‘기회가 좋다’나 ‘제격이다’ 등 의미에 맞게 고쳐 쓰는 것이 좋다. 아울러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뜻하는 말 ‘꽁수’는 ‘꼼수’가 바른말이다. ‘꽁수’는 “연의 방구멍 밑의 부분”을 뜻하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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