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이 집권세력 견제와 정권탈환 위한 범야권 협력과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이와 관련해 양당은 총선국면이 아닌, 이후의 큰 그림에 대한 물음을 유도하고 답을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범야권 내의 소모적인 반목과 갈등도 해소할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소위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불리는 공천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민주당’이 되었다는 항의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감 가고 동의되는 바가 큰지, 여론조사상으로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불공정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우세하다. 국민의힘에 비해서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정권심판의 길로 다 같이 모이자고 해놓고, 왜 그리 친문을 비롯한 비명계에게 박한지 의문이다. 꼭 그래야 했을까?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말처럼 윤석열 정권 출범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어디 친문만의 책임일까?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선 정국에서 가해진 반이재명 여론과 정서를 넘어서야 했던 것은 이재명 후보와 친명 자신이었다. 격차가 0.73%에 그쳤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미세한 격차는 전쟁의 기원이 아니라, 전투 현장에서의 초식 운영 탓일 공산이 크다.
비명과도 당을 함께하기 위해 제공해야 할 유인들이 부족했는가? 정당 지도자는 조직의 응집성과 리더십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유인을 제공해야 하는바, 유인은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첫째, 경제적 보상과 지위이다. 둘째, 이념과 정책이다. 셋째, 연대감과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관계의 조성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주류에게 부족해서 줄 수 없었던 유인이 무엇이었을까? 이념과 정책의 경우 그것을 둘러싼 이슈와 쟁점도 없었고 정권심판론이 있었으니 역시 아닌 것 같다. 그럼 줄 자리(선거구)가 부족했던 건가? 비명에게 줄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친명 세력이 커져 있었던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친명의 양보를 얻어내거나 비명의 양해를 구해야 당의 응집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그럴 의사와 의지는 없었던 것일까? 연대감은? 이낙연 전 총리가 주도하는 새로운미래가 꾸려진 것을 보면 부족했던 것 같기는 하다. 누구 탓인지를 떠나 더불어민주당 내에 연대감이 강했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한 울타리 안에 있던 이들을 내칠 정도였던가? 그럴 정도로 포용키 어렵고 화해 불가능한 무엇이 있었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그렇고,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국회 단식농성과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비명계가 보인 태도에 감정이 상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이라면 꽤나 협량하다.
요인 규명보다 중요한 건 사후 영향
항간에는 이재명민주당 조성에 대해 총선 승리보다 총선 후의 당권 장악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그래서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으로 비명 배제를 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남는 물음이 있는데, 그럼 왜 그리 당권 장악에 목을 매느냐는 것이다. 부정적 여론과 지지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리하면 남는 게 뭐가 있다고 그러냐는 것이다. 이재명민주당을 만들어야 총선 후 자신에게 다시금 가해질 사법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대권 주자 위상의 유지와 조직적 자원의 확보 필요성 때문이라는 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답은 확인할 수 없는 속내에 관한 것이기에 딱히 듣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대선에서 무려 1600만표(47.83%) 이상을 얻어 단 0.73%의 표차로 낙선한 후보였고 제1야당의 대표 정치인이 정당을 그렇게 사유화할 거라는 시각은 너무나 참담하다. 시민의 입장에서 왜 이재명민주당을 만들려고 하느냐는 요인 규명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이 미칠 영향이다. 굳이 요인 규명을 하려면 왜 만드냐는 물음보다, 어떻게 만들 수 있냐는 물음에 관련해 던지는 게 더 낫다. 정치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원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고 동원하는지를 파악해 작금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이미 수행한 정치적 실천에 대해 규범적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봐야 소용없다. 권력 의지가 있는 자가 정치를 하기 나름이고, 그 자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찾아 활용한다. 악한 정치의 출현을 막으려면 그 자원을 없애거나, 그것의 작동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는 조국신당의 출현에 관련한 물음의 설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계에서조차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법무장관은 3월3일 신당을 창당했다. 공식 명칭은 ‘조국(祖國)혁신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심판을 앞세운 반윤석열 구도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조국신당의 출현에 비판적이었다. 공교롭게 조국신당은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같은 날 출범했다. 보통 시선이 분산되기에 그리하지 않는데 그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훨씬 더 휘발성이 높은 조국신당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막는 방책으로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또 서로 별개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그리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화제가 된 것은 조국신당이다.
개인적으로 놀랐다. 지지율이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제외한 신당 중 1위라고 한다. 지지율이 이준석의 개혁신당, 이낙연의 새로운미래보다 높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연합과 녹색정의당보다도 높게 나온다고 한다. 출범일 현재 당원이 5만7000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군소신생정당임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수치다. 정치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국신당은 ‘조국 팬덤층’을 위시로 해, 이재명민주당과 이낙연 새로운미래에 실망하고 호의적이지 않은 ‘비명·반여·친야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지층에는 지역적으로 호남과 40대 연령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의 과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해도, 그들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닌 이들도 가세했을 수 있다. 이때 물어야 할 게 있다. 그 지지층을 총선 후에도 ‘자기 실체를 갖춘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유지할 자원으로 삼을 수 있을지, 또 그럴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 또 말의 차원이 아닌 향후 행동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래야 조국에서 출발했으나, 조국을 넘어설 정당이 될지 아닐지를 파악할 수 있을 터이다.
범야권 협력과 통합 약화시킬 수도
조국신당의 출현은 그 이유가 비교적 명확하기에 왜 만들었냐에 대한 물음이 나오지 않는다. 당대표가 된 조국 전 장관의 지난 5년의 삶과 그가 발 딛고 있는 정치사회적 맥락과 배경이 완전하리만치 겹쳐져 있다. 다름 아닌 반윤석열·정권심판이다. 그래서 조국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기치로 내걸었다. 조국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협력관계를 가져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친명과 비명 간의 반목과 갈등에 엮이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뛰쳐나온다면 새로이 정치조직적 거처를 마련해야 할 친문 비명이 조국신당에 합류할지, 그러겠다면 조국신당이 그것을 수용할지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지속할 정당을 만들려면 친명·비명이라는 구도에 머물든 뛰어넘든 어찌할지 답해야 한다.
총선 결과는 물론이고, 총선 이후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이 끼칠 영향은 무엇일까? 일단 총선 결과에 끼칠 영향에 대해 마치 정권심판론이 물 건너갔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부정적 시선은 다소 과하다. 공천파동과 반윤 전선 희석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지지 격차는 크지 않다. 정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다소 늘어났지만, 부정적 평가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만이 아닌 조국신당을 포함한 범야권 차원으로 보자면 승리 가능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의석수는 확보할 수 없겠으나, 정권견제 여론을 확인시켜 ‘힘의 우열이 아닌 균형’을 이룰 환경의 조성은 가능할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여야관계가 강한 팬덤과 적대성에 기초한 관계가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 모두 그것에 대한 의존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을 비롯해 범야권 내에 적어도 셋 이상의 세력이 존재하는 다자적 지형이 만들어질 것임을 감안할 때, 집권세력과의 힘의 균형 관계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장애 요인이 내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강한 팬덤과 적대성은 관성을 띠어 범야권 차원에서도 경쟁과 갈등을 강화하는 반면에 협력과 통합은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에 가장 중하게 물어 답을 들어야 할 것은 총선을 거치면서도 집권세력 견제와 정권 탈환을 위한 범야권의 협력과 통합을 어떻게 가능케 할 것이냐이다. 즉, ‘승리연합’을 어떻게 조성하겠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 모두 당장의 총선 국면이 아닌, 이후의 ‘큰 그림’에 대한 물음을 유도하고 답을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 범야권 내 소모적인 반목과 갈등도 해소할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경희대 교수 및 실천교육센터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세계와 시민’ ‘정치의 인문학적 탐색’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참여사회연구소 부소장, ‘시민과 세계’ 편집위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노회찬정치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정당> <헬조선 3년상> 등의 저서와 ‘노동존중 정치와 노회찬의 6411정신’ ‘한국 불평등 민주주의의 정치사적 기원’ 등의 논문이 있다.